교통의 발달과 지식의 증가
“저기요. 이 자리가 제 자리인 것 같은데요?”
잠결에 조심스러운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 자리 맞는데요?”
나는 간신히 눈을 뜨며 대답했다.
“이상하다. 번호가 분명히 맞는데…, 표 좀 확인해 보시겠어요?”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면서 낯선 여자와 차창 밖으로 조금은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요?”
“대전인데요.”
“대전요? 내려야 하는데!!”
나는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튕겨 일어났다. 대전에 집회를 하러 처음으로 KTX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가는 길이었다. 예전에는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를 타면 약 2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 KTX는 그 절반인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밤 준비 관계로 잠이 모자라 잠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었던 것 같다.
“아유, 어떡해~”
안타까워하는 그 여자 손님에게 감사를 표할 겨를도 없이 나는 선반에서 가방을 낚아채어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아마 내가 하사관학교에서 6개월 간 그 고된 훈련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날 김천(구미)까지 갔다 돌아와야 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KTX를 타고 대전에 갈 때는 절대로 눈을 감지 않는다.
빨리 왕래하며
기원전 535년 경, 다니엘은 “큰 전쟁”에 관한 환상을 보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이런 예언을 들었다.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봉함하라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다니엘서 12장 4절)
1680년 경,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이 성경구절을 읽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씀들이 말세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전례없는 방법으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여행할 것이다. 그 때에는 지금 우리가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여행할 수 있게 하는 어떤 것들이 발명될 것이다.”
약 80년 후, 프랑스의 유명한 무신론자인 볼테르(Voltaire)는 뉴턴의 글을 읽고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기독교가 훌륭한 사람을 얼마나 어리석게 만드는지를 보라. 뉴턴과 같은 과학자가 인간이 시속 30내지 40마일(약 50~65km)의 속도를 여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만약 인간이 이러한 속도로 이동한다면 질식하리라는 것을 까맣게 잊었던 것인가? 그 심장이 계속 뛸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볼테르가 틀렸다.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증기기관을 개발한 지 4년이 지난 1769년 프랑스의 공병 대위였던 니콜라스 조셉 퀴노(Nicolas Joseph Cugnot)가 최초의 증기자동차를 발명했는데, 최고 속도가 시속 5km였다. 같은 시기인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한 달 15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로는 2시간 40분, 120km로 달리는 자동차로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오늘날 볼테르가 이런 현실을 보게 된다면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지식이 더하리라
천자문(千字文)은 중국 남조 양나라의 주흥사(470~521)가 무제의 명을 받아 만들었다. 천자문이 대단한 것은 한자 1000자,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로, 한 글자도 겹치지 않고 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륜도덕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글귀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자문은 6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본토인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한자를 처음 배우는 입문자들의 교재로 사용되어 왔으며, 왕실에서 지방 서당에 이르기까지 학문을 하겠다는 사람은 반드시 배우고 넘어가야 할 기본이었다.
오늘날은 어떤가? 지난 2011년 데이터 전문 업체인 EMC가 IDC에 의뢰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한해 동안 생성되고 복제되는 디지털 정보량이 약 1.8제타바이트(1.8조 기가 바이드)에 달할 것이며, 전 세계의 디지털 정보량은 매 2년 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17만 847년 동안 쉬지 않고 매 분마다 3개의 트위터 글을 게재한 분량이라고 한다. 영화로 따지면 한 사람이 2시간짜리 HD 영화를 4700만년 동안 쉬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것을 32기가바이트 용량의 아이패드에 저장한다면 575억 개에 저장할 수 있는데, 이 아이패드를 모으면 서울 전체를 두 겹으로 덮을 수 있고, 중국 만리장성 평균 높이 보다 2배 높은 장벽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
보다 직접적인 적용
가브리엘 천사가 말한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는 예언은 교통의 발달과 지식의 증가를 가리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앞의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봉함하라”는 구절과 연관해서 본다면, 그 의미는 마지막 때가 되면 성경 전체를 열심히 탐구하여 그 결과 다니엘서의 예언들에 관한 지식이 증가될 것에 대한 예언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18세기 말과 19세기의 초에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의 예언들에 관한 새로운 관심이 세계 각 곳에서 일어났다. 영국의 많은 해석자들, 중동 지역의 조세프 울프(Joseph Wolff), 남미의 마누엘 라쿤자(Manuel Lacunza), 미국의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 등과 함께 수많은 연구자들이 다니엘서 예언 연구에 기초하여 재림이 임박했음을 선언했다. 성경상 “마지막 때”는 19세기 중엽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4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