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체(篩)에 걸러 보았는가?
어느 날 한 청년이 무척이나 화가 난 표정으로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자기 아버지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정말 바보 같고 어리석은 놈이 있는 데, 그게 누군지 아세요?”
그러자 아버지가 아들의 말을 막으며, “네가 말하기 전에 네가 말하려는 내용을 3가지 체에 걸러보았니?”라고 물었습니다.
“세 가지 체라뇨?” 어리둥절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되물었습니다.
“네가 지금 말하려는 내용을 진실이라는 체에 걸러 보았니?”
지금 아들이 말하려는 것이 진실인가 확인해 보고 증거를 보았는가 묻는 말이었습니다. 아들은 머뭇거리며,
“아뇨, 저도 누구한테 들은 얘기인데요…”라고 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선(善)이라는 체에 걸러 보았니? 그 이야기가 진실한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선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겠니?”
아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글쎄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하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그러면 세 번째로 네가 하려는 이야기가 꼭 필요한 이야기니?”
아들의 의인처럼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네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진실한 것도, 선한 것도, 꼭 필요한 것도 아니라면 그냥 덮어두고 잊어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