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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선교사들과 함께 한 한 주일

 

2004년 2150445, 지난 밤 늦게 장기 출장에서 돌아와 피곤했지만 오전 8시 마닐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브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청량리를 출발한 공항버스는 예정시간보다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그 동안 쌓인 피곤 탓인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깨어보니 마닐라까지는 아직 1시간 남짓 남아 있었다. 나는 수첩을 꺼내들고 천명선교사 훈련원 기도주일을 위한 프로그램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집회는 하루 두 번 갖기로 했는데, 새벽 집회는 52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한창 잠이 많은 청년들을 새벽 5시부터 깨울게 뭐람. 아참, 그보다 21기 선교사 문제가 있었지!’ 문득 지난 22일 귀국 예정이던 21기 선교사들이 비자 문제로 출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들이 생각났다. ‘훈련원이 정신이 없겠군...’

 

정문을 들어 선 순간, 내 예상과는 달리 훈련원 가득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고, 일정표에 따른 훈련과정은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21기 선교사들은 내일 귀국을 앞두고 저녁에 있을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귀국을 기다리는 동안 특별 공연을 열기로 했단다. ‘이 판국에 공연이라니...선교사들 답군.’

 

그 날 저녁, 훈련원 강당에서 진행된 21기 선교사들의 공연은 내가 지금까지 본 공연 중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저들의 경험의 노래였고, 아직 정복하지 못한 선교지를 향한, 채 식지 않은 열정이었다. ‘너의 가는 길에 주의 평강 있으리 평강의 왕 함께 가시리...’ 공연 마지막 부분에서 파송의 노래를 합창할 때는 벅차오르는 감격으로 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다음날 새벽 430, 알람소리에 맞춰 침대에서 일어났다. 밖은 아직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훈련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목요일 저녁에 있을 영어 연극 준비 관계로 모두들 피곤하고 잠이 모자라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찬양과 기도에는 확력이 넘쳐났다. 집회가 마친 후 원장님께 아무래도 새벽집회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묻자, 선교지 일상생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과정이란다. 문득 일요일이면 오전 내내 이브자리에서 나오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사실, 그동안 천명선교사 훈련원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필리핀이라는 지정학적 거리만큼이나 막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선교사로 준비되어 가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아직도 사도행전의 기록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목요일 저녁에 있었던 영어 연극은 나를 놀라게 했다. 짧은 기간에 능숙해진 영어실력 뿐 아니라 연기력 또한 뛰어나서 관중을 사로잡았다. 이들이라면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으랴!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훈련원에 재직 중인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의 헌신이었다.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집회를 가져보았지만, 기관에 재직 중인 목사님들이 새벽부터 훈련생들과 똑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사모님들도 매일 강사와 손님들 식사 대접으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이 시간을 빌어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를 드린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 많은 걱정들을 한다. 그러나 이제 나의 생각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돌아간 21기 천명선교사까지 660명이 한국 전역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이 매일 외치는 한번 선교사는 영원한 선교사라는 구호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 선교사들 대다수가 어디선가 그들의 구호처럼 영원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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