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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가 전에 잡지에 기고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재혼 - 잃은 한쪽 날개를 찾다

 

거의 10년 전 일이다. 서울 변두리에 있는 한 작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조촐한 결혼식이 거행됐다. 양가 모친들의 촛불 점화도, 꽃소녀 입장도 없이 간단히 식이 치러졌다. 이혼한 두 부부의 재혼식이었다.

신랑은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심성이 착한 분이었다. 두 자녀를 버려두고 집을 나간 전처를 여러 차례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였지만 결국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고 고운 심성을 가진 신부 역시 전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知人)을 통해 조심스럽게 주례 청탁이 왔을 때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둘 다 피해자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결혼한 5쌍 중 1쌍이 재혼 부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3328백 쌍이 결혼하고, 125천 쌍이 이혼했다. 2003년 이후 이혼율이 줄어들고 있긴 하나 아직도 하루에 평균 911쌍이 결혼하고, 342쌍 갈라서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전체 결혼한 부부의 22.1% 5쌍 중 1쌍이 재혼 부부다. 또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이혼 연령은 42.6, 평균 재혼 연령은 44.4세로 이혼에서 재혼까지 21.6개월이 소요된다. 여성의 평균 이혼 연령은 39.3, 재혼 연령은 39.7세로 이혼 후 재혼까지 4.8개월이 소요된다. 이혼에서 재혼까지 걸리는 기간이 90년에 남자 2.1, 여자 1.3, 952.1, 1.1, 20002, 0.9, 20061.8, 0.4년 등으로 전반적으로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혼과 재혼에 대한 성경의 원칙

첫째, 결혼과 이혼에 대한 예수님의 교훈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19:6). 따라서 원칙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이혼이나 재혼은 불가하다. 불가피할 경우 별거할 수는 있으나 그때는 둘 다 홀로 지내든지 아니면 다시 화합해야 한다(고전 7:10,11). 예수께서 이혼을 허락하신 유일한 경우는 음행한 연고”(19:9, 5:32)이다. 이 때도 반드시 이혼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죄한 쪽에서 결혼 지속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둘째,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자유롭게 재혼할 수 있다(7:2, 3).

셋째, 불신자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때, 그리스도인은 그 요구를 수용하여 이혼할 수 있으며, 재혼할 수 있다(고전 7:15). 불신자 배우자의 요구로 이혼 당한 것은, 배우자의 사망으로 혼인의 서약에서 벗어나는 것과 흡사하기 때문(고전 7:39)에 더 이상 구속받을 것이 없”(고전 7:15). 신자 배우자가 성경적 교훈을 어기고 이혼을 요청할 경우에도 동일하다.

 

주례사

내 목회에서 몇 차례 재혼식 주례를 했지만, 이 날 난 난생 처음으로 재혼식 주례를 했다. 나는 여러 시간 정성을 들여 주례사를 준비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한쪽 날개를 잃은 두 사람을 결합시켜 행복의 창공을 날아오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께서 맨 처음 좋지 않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혼자 있는 아담을 보셨을 때입니다.

요즘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14:4)고 하였습니다. 혼자 살면 부부싸움할 일은 없을 것이나, 어려울 때 도와 줄 동무도 없을 것입니다. 싱글은 화려하지 않고 고독합니다. 부부가 같이 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몇 년 살아보면 별 재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정말 더블이 초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블은 넘어질 때 옆에서 일으켜 줄 동무가 있습니다.

본회퍼는 나치의 감옥에 투옥되어 있을 때 여 조카가 결혼을 하게 되자, 결혼 축하 설교문을 써 보내면서 결혼은 신분이며 임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신분과 임무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각자의 임무에 충실할 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보상을 주실 것입니다.

오늘 두 분은 사랑하기 때문에, 혹은 사랑하기 위해 결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인간 위에 계시듯, 결혼의 성결과 권리와 약속도 역시 사랑의 성결과 권리와 약속 위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두 분의 사랑을 지켜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결혼입니다. 두 분이 오늘 하나님 앞에서 맺은 이 결혼을 귀히 여긴다면, 이 결혼이 두 분을 영원한 남편과 아내로 남게 할 것이며, 여러분의 자녀들 또한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재혼 이후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두 부부도 재혼 후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어릴 때 친 어머니로부터 유기된 두 아이를 위해 그녀는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눈물로 기도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또 낙심할 때마다 나를 찾아와 상담도 받고 기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남편의 건강이 나빠져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두 부부는 조금도 후회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무너진 가정을 일으켜 세우고 상처들을 치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아이들은 차츰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내가 외국의 한 선교사 훈련원을 방문했을 때, 선교사가 되기 위해 와 있는 딸을 만날 수 있었다.

알뜰하게 저축해서 집도 장만했다. 우리 내외를 초청해 그 집 거실에서 입주예배를 드리던 그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결실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 부인이 반갑게 다가왔다.

목사님을 뵈러 사무실에 갔었는데, 외국에 출장 중이라고 하더군요.”

어제 막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저희 딸이 결혼해요.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드릴려구요.”

, 벌써 그리 됐나요?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그런데 딸이 목사님이 주례사 하시면서 아빠 엄마도 주례했다고 말씀하시면 어떡해그러더라구요. 호호호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 높이, 행복의 웃음소리가 비둘기처럼 날아오르고 있었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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