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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오 법칙(Lex Talionis)

 

지난 421일 오전 845분 경,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부활절 예배 중이던 성 앤서니 교회를 시작으로, 인근 세 곳의 성당과 네 곳의 호텔 등 8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429일 현재 약 253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쇄폭발 가운데 6건은 자살폭탄 테러로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폭탄테러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는 영국과 인도, 미국 등 10여개 국적의 외국인 30여명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영국인 희생자 중에 변호사인 아니타 니컬슨(42)과 아들 알렉스(14), 딸 애너밸(11) 등 가족 3명은 부활절을 맞아 스리랑카로 가족여행을 왔다가 샹그릴라호텔에서 아침 식사 중 변을 당했다. 미국 국제 교육회사 피어슨의 기술 서비스팀에서 일하던 디터 코왈스키(40)는 출장으로 시나몬 그랜드호텔에 도착한 직후 테러로 숨졌다. CEO 존 팰런은 단순히 무언가를 고치는 것을 즐겼던 선량한 사람이 오로지 파괴밖에 모르는 악한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스페인·호주·중국·스위스·터키·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 각각 2, 네덜란드·일본·포르투갈·프랑스·방글라데시 국적자 각각 1명이 숨졌다고 CNN 등이 전했다.

 

스리랑카는 어떤 나라인가

사실 스리랑카는 이름 정도만 알던 나라였다. 그러나 수년 전에 스리랑카에 파송된 한 선교사가 종종 소식을 보내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 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그 나라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스리랑카는 인도의 남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다. 과거에는 국명이 실론’(Ceylon)이었는데,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현재의 국호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스리랑카는 인도의 눈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이유는 인도의 꼬리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국토가 마치 눈물방울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국토의 면적은 남한의 약 2/3 정도 된다. 인구는 2100만 명이고, 인종은 원주민인 싱할라(Singhala)인이 85%, 인도에서 건너온 타밀(Tamil)인이 15%를 차지한다. 종교는 불교도가 70%, 타밀에서 건너온 힌두교도가 13%, 그 외에 이슬람교도가 10%, 기독교도가 7%이다.

테러 직후 선교사가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야간 통행 금지가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는 기독교 집회를 모두 금지하고, 각급 학교도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차단되어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고, 특히 기독교 기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외출을 자제하라는 공문도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가 종교적인 문제로 확산되어 기독교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도를 요청해 왔다.

 

연쇄 폭발 테러의 배후

테러 직후, 스리랑카 정부는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인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리고 이 조직의 설립자인 자흐란 하심을 필사적으로 추적해왔는데, 427일 스리랑카 대통령은 그가 샹그릴라호텔 폭탄테러 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스리랑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이번 테러가 국외 테러 단체의 도움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며 외부 개입설을 제기했다. 사건 이후 경찰은 100여 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인데, 자살폭탄 테러범은 총 9명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여성 1명을 포함해 8명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한다. 테러범들 중에는 영국과 호주 등에서 공부한 유학파로 고등교육을 받은 부유층 출신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편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423일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IS가 운영하는 아마크 통신은 “IS의 전사들이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구성원과 기독교인을 겨냥한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더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부활절 참사가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복수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은 315,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Christchurch mosque)에서 발생했다. 호주 출생의 백인 우월주의자인 브렌튼 타란트(28)는 모스크에 금요예배(Jumu'ah)로 모인 약 300~500명 정도의 사람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한 후, 인근 린우드 이슬람센터로 이동해 공격을 계속했다. 이 공격으로 50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4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당시 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은 복수를 다짐하기도 했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Hammurabi, 재위 BC 1792~1750) 법전은 탈리오 법칙’(lex talionis) ,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한다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 기본을 이루고 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고 알려져 있는 이 법은 모세의 율법에도 반영되었다(24:19, 20; 19:21).

이 법은 고대국가가 형성되면서 무차별·무제약적(無制約的)으로 행사되었던 집단적 복수를 가해자 개인에 대한 복수로 한정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 법의 정신은 당한만큼 갚아줘라가 아니라, “당한만큼만 갚고, 부모형제나 심지어 부족 간의 복수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가는 바로 이 원칙의 토대 위에 서 있다. 만일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상황은 현재보다 훨씬 악화되었을 것이다. 사도 바울도 다스리는 자들은 선한 일에 대하여 두려움이 되지 않고 악한 일에 대하여 되나니 네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려느냐”(13:3)고 말했다. 그러나 처벌의 양을 결정하는 원칙은 범죄에 알맞는 형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의요 공평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 세상의 범죄를 멈추거나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예수님은 유명한 산상설교에서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5:38-41)하고 권고하셨다.

탈리오 법칙’(同害報復法)이 보복의 악순환을 예방하는 효과는 있지만, 사실 피해자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공의와 공평은 있으나 선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께서는 오늘날 이러한 증오와 보복을 중단할 획기적인 교훈을 주신 것이다. 피해자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복수는 복수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사도 바울은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12:21)고 권고한다. 피해자가 복수하려는 욕망을 억제하고 오히려 친절과 관용을 베풀 때, 복수의 악순환이 중단될 수 있다. 그것은 원수를 무력하게 하며(15:1), 또 그 영혼을 구원할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피의 보복으로 얼룩진 스리랑카 테러를 보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이 절실히 생각나는 계절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9년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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