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의 공포
“층계참(層階站-층계 사이의 넓은 공간)마다 승강기 출입구 맞은편에 거대한 얼굴을 그린 포스터가 벽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움직이면 눈알이 따라 구르게 고안된 그림의 하나였다.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표어가 그 밑에 적혀 있었다.”
1948년에 완성되고, 1949년 8월에 출판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란 소설의 한 구절이다. 빅 브라더는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권력자이다. 그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거리와 가정까지 영상과 음향을 송수신할 수 있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을 설치하고,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심지어 자녀들까지 이용하여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이 극단적인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신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개인의 사고까지 제한하려고 한다. 가장 단순한 훈련의 첫 단계로 ‘죄중지(crimestop)’라는게 있다. 체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때, 바로 그 직전에 생각을 멈추거나, 또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사실은 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믿는 능력이다. 간단히 말하면 예비적인 우매성이다. ‘흑백(blackwhite)’이라는 신어도 있다. 당이 흑을 백이라고 선언하면 그대로 믿을 뿐 아니라 전에 반대로 알았던 것까지 잃어버리는 능력이다. ‘이중사고(doublethink)’는 고의적인 거짓말을 하면서도, 그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는 능력이다. 이렇게 해서 사고의 폭이 좁아진 인간들은 진실과 허위를 가려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마비되어 하나의 허수아비가 되고 만다.
이 소설을 쓴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다. 1903년에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갔다. 1922년부터 인도 미얀마에서 제국경찰로 활동하면서 제국주의의 허구성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는 소설을 통해 제국주의의 허구성을 알림으로 속죄하려 했다고 한다.
톈왕-하늘의 그물
작년 4월, 중국의 한 콘서트에 무려 6만 명 가까운 관중이 운집했다. 경제 범죄로 수배를 받고 있던 한 남성은 설마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잡히랴 싶어 콘서트장을 찾았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공안에 체포됐다. 안면인식 기술 덕분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실시간 영상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을 구축했다. 톈왕은 중국 전체 인구를 1초 만에 조사할 수 있고, 움직이는 사람도 식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정확도는 최대 99.8%에 달한다. 경찰이 더는 범인을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영상네트워크가 자동으로 용의자를 찾아 알려준다. 중국 공안은 톈왕을 통해 수천 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안면인식 기술은 매우 빠르게 상용화 되고 있다. 이제는 비밀번호나 지문 대신 안면인식으로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하게 된다. 지하철을 타거나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ATM기를 시용할 때, 신용카드가 필요없게 된다. 얼굴이 곧 신분증이 되는 것이다.
국내 웹사이트 차단 방식 논란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전보다 강력한 유해 사이트 차단 기술을 성인 사이트에 적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그동안 해외에 있는 불법 성인 사이트를 통해 몰래카메라 영상이나 리벤지포르노(헤어진 연인에 대한 복수나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올리는 음란물)를 유포하거나, 불법도박, 불법 영상이나 만화 등을 유포함으로써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을 생각할 때 부득이한 조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정부가 이러한 불법사이트를 막기 위해 ‘URL’이나 ‘DNS’ 차단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새로 도입한 ‘SNI 필드차단 방식’은 개인이 접속하려는 서버 이름이 암호화되기 전에 이를 가로채서 막는 방식이라서,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인터넷 접속 정보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악용할 경우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 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빅브라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부터 중국은 2020년 완성을 목표로 사회신용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 의해 모든 중국인들에게 사회 점수가 매겨진다. 오프라인에서는 CCTV와 스마트폰, 인공지능을 통해 경로를 추적하고, 온라인 활동 역시 감시 대상이 된다.
이렇게 측정된 점수에 따라 사회생활에 상벌을 받게 된다. 각종 요금의 기한 내 납부, 자원봉사 실적, 부모님 방문 횟수 등은 가산점이 주어진다. 평점이 높을수록 창업 지원, 입학, 장학금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점수가 낮으면 인터넷 속도와 해외여행, 기차여행의 자유가 제한된다. 특히 법조계, 언론, 공무원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없으며, 일반 회사에 취직할 때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ABC뉴스는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된다면 중국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독재 국가가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때의 빅 브라더
요한계시록 17장에는 붉은 빛 짐승을 타고 있는 “음녀”가 등장한다. 이 음녀에 대한 묘사는 예레미야가 불신실한 예루살렘에 대해 묘사할 때 모델로 삼은 이세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렘 4:30). 그녀의 비밀스런 이름은 “큰 바벨론”(계 17:5)이다. 구약에서 바벨론은 압제와 하나님께 대한 반역의 상징이다. 따라서 큰 바벨론이라 불리는 음녀는 마지막 때에 국가와의 동맹을 통해 지배적인 권세를 갖게 될 배도한 종교체제를 나타낸다.
그녀가 타고 있는 붉은 빛 짐승은 큰 바벨론을 섬길 ‘정치적 세력’을 의미한다. 그 짐승의 일곱 머리는 역사적으로 하나님의 백성을 핍박했던 일곱 제국들을 상징하고, 열 뿔은 마지막 때의 세상 나라들을 상징한다.
마지막 때에 음녀는 세상 사람들에게 금잔에 담은 ‘포도주’를 마시게 한다. 예레미야는 “바벨론은 여호와의 손에 잡혀 있어 온 세계가 취하게 하는 금잔이라 뭇 민족이 그 포도주를 마심으로 미쳤도다”(렘 51:7)라고 말했다.
마지막 때의 빅 브라더는 이 음녀이다. 그녀는 <1984>의 ‘신어’에 해당하는 ‘거짓 교리’로 사람들을 취하게 함으로써 진실과 허위를 판단할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다.
그러나 빅 브라더 음녀와 그녀를 따르던 정치적 세력들은 “어린 양” 곧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패배할 것이고, “부르심을 받고 택하심을 받은 진실한 자들”(계 17:14)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때에, 성경의 진리로 마음을 견고히 방어한 사람들만이 빅 브라더의 바벨론의 포도주에 취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는 사람보다 하나님을 순종할 것인가”하는 시험이 이르러 올 것이다. 결정의 시간은 박두해 있다. 우리의 발이 하나님의 변함없는 말씀의 반석 위에 굳게 서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