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습격

by 로뎀 posted May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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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습격

 

지난 125일 오전 10,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이륙한 기상항공기 한 대가 군산시에서 120km 떨어진 서해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 사이로 20km쯤을 왕복하며 요오드화 은연소탄 24발을 발사했다. 인공강우 실험을 한 것이다. 농사철도 아닌데 왠 인공강우인가 싶었는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한다. 한 일간지는 이를 가리켜 ‘21세기 기우제라 명했다. 구름은 떠 있는데 비가 오지 않을 때, 인위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것이 인공강우다. 전에는 주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됐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태국 등에서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공강우는 구름층에 인공비 씨앗을 뿌려 수분이 달라붙게 하는 원리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려면 시간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2시간 이상 지속돼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날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관측선인 기상 1가 살포 지역에서 남동쪽으로 50km 떨어진 해상에서 강수량을 관측했지만 비나 눈이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차이

전에 겨울철 날씨가 풀리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발령되던 황사주의보가 2017년부터 미세먼지주의보로 바뀌었다. 황사는 주로 중국 사막지대에서 흙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자연현상이다. 미세먼지는 흙먼지나 식물의 꽃가루 등에 의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보일러·발전시설 등에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날림먼지, 소각장 연기 등에 의해 생성되는 인위적 화학물질이다. 그리고 황사의 성분은 주로 칼슘, 철분,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토양성분인데 비해 미세먼지는 질산염, 암모늄, 황산염 등의 이온 성분과 탄소화합물, 금속화합물 등의 유해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기도 보통 황사는 지름 2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모래이다. 이에 비해 미세먼지(또는 粉塵)는 지름이 10μm(PM10라고 표기) 이하, 초미세먼지는 2.5μm(PM2.5) 이하이다. 머리카락이 보통 50μm~70μm라고 하니, 미세먼지는 머리카락의 약 5분의1~7분의1 정도, 초미세먼지는 약 20분의1~30분의1 정도 밖에 안 된다.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는 주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배출되는 황산화물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가 생성된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가스레인지, 전기그릴, 오븐 등을 사용하여 조리를 할 때, 특히 기름을 사용하여 굽거나 튀길 때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하며, 평소 미세먼지 농도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60배 높게 발생시킨다고 하니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

194810월 말, 미국의 동북부에서는 대규모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닷새 동안 바람이 불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인구 14천명의 작은 마을 도노라(Donora) 에는 강줄기를 따라 주택가와 아연제련소, 제철소가 있었다. 공장에서 발생한 아황산가스·황산안개·먼지 등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도노라 전 인구의 43%에 달하는 6천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중 10%는 정도가 심해 20여명이 사망했고, 천식환자의 88%, 심장질환자의 77%, 만성기관지염, 만성폐기종 환자의 79%가 악화되었다.

영국에서는 1952125일부터 닷새 간 고기압이 영국 상공을 덮었고, 그 결과 런던에는 차갑고 짙은 안개가 끼었다. 날씨가 추워지자 시민들은 평소보다 많은 석탄을 땠다. 더구나 그 무렵 런던은 교통을 전차에서 디젤 버스로 전환했다. 여기서 발생한 아황산가스, 이산화 황 등의 오염물질들이 차가운 대기와 결합하면서 강산성 고농도의 황산 안개를 형성하였다. 특히 런던 동부의 공업 지대와 항만 지역에서는 발밑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기관지염, 기관지 폐렴, 심장 질환 등으로 총 12천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면서 현대 공해 운동과 환경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미세먼지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미세먼지를 제거하려고 하는데, 이 때 염증반응이 나타나면서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에 호흡기와 심혈관 등에 질병을 일으킨다. 건강한 성인도 장시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진다고 한다.

또한 미세먼지가 치매나 우울증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본래 혈액이 뇌 조직으로 들어갈 때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장벽(BBB)이 있어 특정 구조를 갖춘 물질만 통과시킨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이 장벽을 뚫고 뇌에 직접 침투할 수 있다. 그러면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또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성 치매도 유발한다.

또한 미세먼지는 태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포가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시기에, 미세먼지가 태반의 혈액순환을 방해해서 영양공급 부족으로 인한 저체중아 출산, 조산·사산, 태아 기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출생 후에도 지능지수(IQ) 저하,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ASD)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물론, 비만이나 성조숙증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예방과 대책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가장 간단하고 보편적인 방법은 미세먼지를 피하는 것이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발효되면 어린이, 노인, 폐질환 및 심장질환자 등 민감군은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건강한 사람도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 활동을 줄여야 한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은 제품 포장에 의약외품이라는 문자와 KF80, KF94, KF99 등이 표시되어 있다.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크다.

 

수천 년 전에 이집트에서도 미세먼지로 인한 엄청난 재앙이 있었다.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내달라는 모세의 요청을 거절하자 이집트에 재앙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일강이 피로 변하고, 강에서 개구리가 올라와 온 땅을 덮었다. 이어서 땅의 티끌이 이가 되어 사람과 가축에게 오르고, 이집트 온 땅에 파리가 들끓었다. 마침내 전염병이 가축들을 덮쳐 몰살당했다. 이 재앙들은 모두 이집트인들이 섬기는 신과 관련되어 있다. 그 신들의 무력함을 보고도 파라오가 완강히 버티자,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화덕의 재 두 움큼을 가지고 바로의 목전에서 하늘을 향하여 날리라”(9:8)고 하셨다. 재가 하늘로 뿌려지자, 이집트 전역에 지독한 미세먼지가 덮쳐 그것들이 사람과 짐승에게 붙어 악성 종기”(9:10)를 일으켰다. 마침내 재앙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파라오는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파멸을 맞았다.

이제 마음놓고 숨도 못쉬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눈부신 문명들은 결국 재를 하늘에 뿌리고 있고, 미세먼지의 습격은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

신하들은 파라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은 아직도 이집트가 망한 줄을 알지 못하시나이까”(10:7). 마지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도 베드로는 권고한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벧전 4:7)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9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