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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서울 근교에 있는 작은 시골 교회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였다. 그 교회에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이 대여섯 분 계셨다. 그 중에 김 할머니는 이북에 사시다 한국 전쟁 중에 홀로 피난을 오신 분이시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몰라. 하루에 한 번씩 꼭 내 집에 들러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하셨다. 가능한 거의 매일 김 할머니 집에 들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집에는 나만 드나드는 것이 아니었다. 원근에서 자주 손님들이 오셨다.

김 할머니는 나눠 주기를 좋아하셨다. 나에게도 자주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뭐가 생기면 갖다 드리곤 했다. 다른 노인들은 대개 자식들을 원망하거나 신세타령을 하시곤 했다. 그런 노인들은 늘 혼자였다.

김 할머니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신세타령을 하는 법이 없었다. 늘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나는 김 할머니를 통해 풍요롭게 사는 비결을 배웠다. 받기 위해서는 먼저 주어야 한다.

 

자연계의 순환원리

대학에 다닐 때, 열대어 기르기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처음엔 먹이만 잘 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자 열대어들이 죽기 시작했다. 다시 사다 넣어도 마찬가지였다. 수족관에 가서 묻고 전문서적을 읽으며 연구한 끝에 열대어를 길러 분양까지 할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수질관리이다. 어항은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에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먹이 찌꺼기 등에 의해 쉽게 오염된다. 따라서 수질이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여과장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여과장치는 찌꺼기만 걸러주는 것이 아니다.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2주에 한번 정도 물갈이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어야 한다. 온도도 잘 맞춰 주고, 먹이도 적당히 잘 주어야 한다. 내가 끈기가 있는 편이라 7년 정도 버텼던 것 같다. 이사할 때마다, 이삿짐은 제쳐놓고 어항부터 옮겨야 했다. 세 번째 이사할 때 결국 어항을 포기했다.

세계의 생물종 수는 1천만에서 1억 종 범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개 1500만 종을 꼽는다. 어항 하나도 관리하기 힘든데, 도대체 이 많은 생물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자연계의 순환에서 찾을 수 있다.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은 태양열에 의해 증발하면서 오염이 제거된다. 이 수증기는 대기층에서 서로 엉겨붙어 구름이 된 다음, 비나 눈이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온다.

산소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태양에너지를 사용하여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어 낸다. -식물은 이러한 순환과정을 통해 서로 생존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소음이나 오염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지구를 오염시키고, 환경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유독성 물질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심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물질은 자연계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쓰레기로 남게 되고,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제거할 방법이 없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께서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11:18)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재능 기부

지난 1, 평창올림픽이 한 달 쯤 남았을 때, 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원장님, 시간이 되시면 발 마사지 좀 받으시지요.”

올림픽 때 발 마사지 자원봉사를 위해 연습이 필요하단다. 덕분에 세 번이나 공짜 발 마사지를 받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눔과 봉사가 많이 보편화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는 물론 대규모 행사에는 자원봉사자의 참여도가 행사의 성패를 판가름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씩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이러한 재능을 대가없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가 바로 재능기부이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에서는 재능기부 분야를 5가지로 구분해 권장하고 있다.

첫째는 슈바이처 프로젝트이다. 아프리카에서 평생 의료선교활동을 한 슈바이처 박사의 이름을 딴 의료·보건·건강 분야의 자원봉사활동이다.

둘째는 오드리 헵번 프로젝트이다.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과 자선사업을 펼쳤던 오드리 헵번의 이름을 딴 예술·문화·환경 분야의 자원봉사활동이다.

셋째는 마더 테레사 프로젝트이다. 인도 각지에 병원, 진료소, 어린이 집,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집 등을 세워 197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테레사의 이름을 딴 저소득층·복지시설 분야의 자원봉사활동이다.

넷째는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이다. 고아원 출신의 주디가 자신의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와 편지를 교류하며 꿈과 희망을 키워간다는 웹스터의 소설에서 딴 상담·멘토·결연·학습지도 등의 자원봉사활동이다.

다섯째는 헤라클레스 프로젝트이다. 엄청난 힘과 공적을 가진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딴 체육, 기술·기능 관련 분야의 봉사활동이다.

정글에서는 강자가 군림하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이 법칙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나눔과 사랑의 법칙만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다.

 

영적 은사의 활용

성경에는 사도, 목사, 능력, 치료, 위로, 구제, 섬김, 사랑 등 약 19가지 영적은사를 소개한다(12:6-8; 고전 12:8-10, 28; 4:11). 영적 은사와 재능은 다르다. 재능은 모든 사람들, 즉 믿지 않는 사람들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적 은사는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고전 14:12) 성도들에게만 주어진다.

이러한 은사는 하나님께서 주시기도 하지만, 우리가 구함으로 얻을 수도 있고 개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전 12:31)고 권고한다.

이기심과 탐심은 죄로 인해 생겨난 유독성 물질이다. 이것들은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고, 교회마저 전쟁터로 만든다. 동식물이 주고받는 순환을 통해 생존하듯, 교회 또한 은사를 활용하여 피차 섬기고 봉사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

우리가 교회 공동체로 모이는 목적은 주기 위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20:35)고 말씀하셨다.

 

벨기에 브뤼셀에 홀어머니와 사는 가난한 소녀가 있었다. 굶어 죽기 직전에 이웃에게 발견되어 겨우 목숨을 건진 적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모녀는 한 구호 단체(UNICEF)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이 소녀는 네덜란드, 영국 등을 전전하다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배우가 되었다. 그 소녀가 바로 1953년에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오드리 헵번이다. 그녀는 유니세프 대사로서 인권운동과 자선사업에 헌신했다. 그리고 죽기 전 자신이 좋아하는 샘 레벤슨(Sam Levenson)<시간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Time Tested Beauty Tips)이라는 시를 자식들에게 들려주었다.

 

매혹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

(중략)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기 위한 것이고

또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다.

 

세상은 많이 가진 자가 있음으로 풍요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자가 있음으로 넉넉하게 되는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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