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공포
지난 9월 12일 오후 8시 33분 경,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멀리 떨어진 수도권에서도 느낄만큼 강력했다. 정확히 일주일 후인 19일 오후 8시 34분 경 비슷한 지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또 발생했고, 21일에도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두 지진 모두 12일 지진의 여진(餘震)으로 판단되는데, 열흘 동안 모두 412차례의 여진이 일어났다. 이 기간 동안 여진의 규모는 1.5~3.0 395차례, 3.0∼4.0 15차례, 4.0∼5.0 2차례였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될 만큼 지진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컸다. 부산·울산·대구의 고등학교들은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구 지하철과 부산 도시철도는 일시 서행을 하다 정상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특히 경주시민들은 집이 조금만 흔들리거나 쿵하는 소리만 들려도 공포감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불안감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한다. 약국에서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고,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선 시민들
12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안전처는 8~9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지진 경보 문자’가 아닌 ‘지진 보도 문자’라는 빈축을 샀다. 19일 지진 때는 이보다 5분여가 더 늦게 발송되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두 차례 지진 때 모두 접속불능 상태가 됐다.
재난(災難)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 시스템을 믿을 수 없게 되자 국민들은 각자도생 길에 나섰다. 일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48시간 생존 가방’을 구입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 가방에는 물과 비상식량, 손전등, 침낭, 각종 약품, 로프 등 재난(災難) 상황 때 생존을 돕는 물품들이 들어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직접 ‘응급용 키트’를 만들어 소지하기도 하고, 재난 시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생수나 대피 시 쓸 수 있는 천막, 헬멧 등의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국내 재난경보 시스템을 믿을 수 없게 되자 일본 기상청의 데이터를 이용해 지진 경보를 울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앱)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프레퍼(Prepper·준비족)도 늘고 있다고 한다. ‘준비’를 뜻하는 영어 preparation과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어 ‘er’을 붙인 신조어이다. 이들은 재난, 지진,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테러나 대형사고, 질병 확산 등 각종 재난이나 위기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전후로 인도네시아 쓰나미, 일본과 중국의 대지진, 특히 작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프레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지진의 규모와 진도
지난 12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일간지는 기사의 제목을 ‘규모 5.8 강진, 한반도를 흔들다’라고 썼다. 이번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지진을 관측한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규모 5.8의 지진을 강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진의 힘을 나타내는 두 가지 단위가 있다. 첫째는 ‘규모(規模)’다. 영어로는 Magnitude(매그니튜드)인데, 지진 에너지의 크기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이 지표로는 6~7 정도가 강진이고 그 이상을 대지진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로는 ‘진도(震度)’가 있다. 이것은 계기를 사용해서 재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 지점에서의 인체 감각, 물체의 흔들림 정도, 피해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규모는 하나의 절대적 지표만 있지만 진도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약 10%가 일본 주변에서 일어난다. 일본은 실제 지진의 충격을 가늠하기 위해 대부분 진도로 표기한다. 일본의 진도는 0~7로 분류한다. 진도 5부터가 강진으로 분류되는데, 진도 5라면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경주의 지진은 진도 4 정도로 가옥이 심하게 흔들리고, 물이 담긴 그릇이 넘쳐 흐르는 수준으로 일본에서는 강진이 아니라 중진으로 표기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까지 일본식 기준을 사용하다가, 2001년부터 미국 등이 사용하는 ‘메르칼리 진도’(19세기 후반 귀세피 메르칼리 신부가 개발하고 1921년 해리 O. 우드와 프랭크 노이만이 수정한 진도 계급)를 사용하고 있다. 1부터 12까지로 분류되는데 강진의 기준은 없다. 다만 일본의 강진 기준처럼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무너지는 수준이라면 7~8정도이다. 경주 지진은 메르칼리 진도 6인데, 일본식 진도로는 4 정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규모 6.0 초반대의 지진은 언제든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진은 강력한 종말의 징조
예수께서는 “주의 임하심과 세상 끝에는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마태복음 24장 3절)라고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마 24:7-8)고 대답하셨다.
연세대학교 홍태경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규모 8.5의 초대형 지진은 1900년 이후 현재까지 16차례 발생했다. 주로 1950~60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다 한동안 잠잠했다가 2004년 12월 26일 인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지진 이후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대형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 전 지구적으로 응력의 불균형을 초래해 그 응력이 균형을 잡기 위해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2020년까지는 이러한 대형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예수님의 예언은 지구가 전쟁이나 기근 또는 지진으로 종말을 맞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직면하게 될 여러 재난들이 종말을 알리는 징조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난들은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되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정부나 개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어떤 준비도 초대형 자연재해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종말을 알리는 징조들을 보면서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한다면 그 자체가 바로 멸망의 징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재난들을 보면서 우리는 겸손히 하나님께 돌아가야 한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