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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15:35

브렉시트(BRE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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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기원전 603년 어느 날 밤, 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 왕은 세상의 미래를 생각하다 한 꿈을 꾸게 된다. 그의 눈앞에 크고 번쩍이는 신상이 나타났다. 그 신상의 머리는 금, 가슴과 팔은 은, 배와 넓적다리는 놋, 종아리는 철로 되어 있었고, 발은 철과 진흙이 섞여 있었다. 그때 사람이 손대지 않는 한 돌이 날아와 신상의 발을 치자 신상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신상을 친 돌은 태산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신들이 꿈을 통해 그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왕은 그 꿈의 의미를 알고 싶어했다. 유다에서 잡혀와 바빌로니아의 환관이 된 다니엘은 그 꿈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예언 도표라고 말했다. 다니엘의 해석에 의하면, 신상의 금 머리는 신()바빌로니아(605-539 BC)를 상징했다. 은은 메디아-페르시아(539-331 BC), 놋은 그리스(331BC-AD168), 그리고 철은 로마(AD 168-476)를 상징한다.

다니엘은 왕께서 그 발과 발가락이 얼마는 토기장이의 진흙이요 얼마는 철인 것을 보셨은즉 그 나라가 나누일 것”(2:41)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서서히 철의 강도(强度)를 잃어가던 로마는 기원후 395년 테오도시우스 대제(Theodosius the Great)의 사망 후 동서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476, 헤룰리(Heruli)의 용병대장 오도아케르(Odoacer)에 의해 아우구스툴로스(Romulus Agustulus)가 폐위된 후 로마는 게르만 족에 의해 지금의 유럽국가들로 나누어졌다.

 

유럽통합의 꿈

다니엘은 왕께서 철과 진흙이 섞인 것을 보셨은즉 그들이 다른 인종과 서로 섞일 것”(2:43)이라고 예언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9, 윈스턴 처칠(1874-1965) 영국 총리는 스위스 취리히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와 안전, 자유 속에 살 수 있도록 유럽합중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함으로써 하나의 유럽을 주창(主唱)했다. 1951년 프랑스와 독일이 손을 잡으면서 현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탄생하게 된다.

1957년 로마조약에 따라 유럽경제공동체(EEC)가 결성되고, 1967년 유럽공동체(EC), 1979년 유럽의회가 출범했으며, 1985년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으로 유럽 국가 간 통행 제한이 사라졌다.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라 유럽연합의 3가지 중심 구조(경제 및 사회 정책, 공동의 외교 및 안보, 사법과 국내 문제)가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1993년 유럽연합(EU)이 출범했다.

2013년 크로아티아의 가입으로 EU의 회원국은 총 28개국이 되었으며, 5억의 인구,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 전 세계 국내 총생산 23%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과 맞먹는 경제규모를 갖춘 지구상에서 가장 구속력 있게 단결되어 있는 국가집단이 되었다.

 

유럽통합의 한계

다니엘은 그 발가락이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인즉 ... 피차에 합하지 아니함이 철과 진흙이 합하지 않음과 같으리이다”(2:42, 43)고 예언했다.

브렉시트(BREXIT)는 영국을 의미하는 브리튼(BRitain)과 퇴장을 의미하는 엑시트(EXIT)의 합성어이다. 영국은 독일에 이어 EU 주도국이며,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일 뿐 아니라, 유럽에서 상징성이 큰 국가이기 때문에 EU 입장에서는 영국의 탈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된 것은 분담금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발언권 문제, 사법공조 시스템에 의한 영국의 사법체계와 민주적 통제권을 침해, 몰려들고 있는 48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영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저임금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EU가 인구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영국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독일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2193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영국이 요청한 개혁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623일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통과되어 유럽통합의 한 고리가 깨지고 말았다.

지난 2004년에는 그동안 체결 비준된 50여 개 이상의 조약과 의정서, 부속 문서를 하나의 헌법 형태로 묶는 유럽헌법조약을 체결하여 유럽통합의 꿈이 고조되었지만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에서 부결시킴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결국 2007유럽헌법조약리스본 조약으로 대체되었다. 유럽헌법조약의 상당부분이 반영되긴 했지만, 헌법적(국가기관적) 성격을 제거함으로써 정치적 통합에 한계를 드러냈다. 윈스턴 처칠의 꿈은 유럽을 미국과 같은 강력한 합중국(United States)으로 만드는 것이었지만, 현재 유럽은 성경의 예언대로 철과 진흙이 합할 수 없는 것처럼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손대지 않은 돌

느부갓네살의 꿈은 사람이 손대지 않은 한 천연석(天然石)이 신상의 발을 쳐서 부서뜨리는 끝난다. 다니엘은 이 열왕의 때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2:44)를 세우실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세워질 하나님의 나라를 가리킨다.

느부갓네살의 꿈으로 예언된 인류의 역사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인류 역사를 술회하면서 하나의 지겨운 사건 다음에 오는 또 다른 지겨운 사건의 연속이라고 했다. 세계 1, 2차 대전이 끝나자 독일의 나치즘(Mazism)과 이탈리아의 파시즘(Fascism)보다 더 악랄한 무신론적 공산주의가 등장해 거의 한 세기를 지배했다.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911 테러와 미국 이라크 전쟁,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으로 야기된 시리아 내전과 잔혹한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의 등장 등으로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영위되는 우리들 인생 또한 수고와 슬픔으로 점철된 악몽이 아니던가?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 계절을 따라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오케스트라는 유엔 총회에서 사람의 손으로결의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손이 만들어 내는 영원하고 완벽한 예술품이다. 오직 사람의 손으로 하지 아니한하나님의 나라만이 이 악몽을 끝내고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인류에게 선사할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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