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거짓말쟁이
“세계 최대의 거짓말쟁이”(World's Biggest Liar)는 영국 양조회사 제닝스사(Jennings)가 생산하고 있는 맥주 이름이다. 이 회사에서는 산톤 브릿지(Santon Bridge)라는 작은 시골 마을의 레이크 디스트릭트가(Lake District)에 있는 ‘브릿지 인’(the Bridge Inn)이라는 주점에서 매년 1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거짓말쟁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상상력이 출중한 거짓말쟁이들이 모여 실력을 겨룬다. 참가자들은 5분 동안 엄청난 거짓말을 하되, 심판들이 믿을 만큼 설득력 있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한 교회 어른이 자기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로 우승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 이야기 자체가 또 거짓말이라고 하니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재밌는 것은 정치가들과 변호사들은 참가 금지라 한다. 왜냐하면 평소 실력으로 부당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피노키오의 코
피노키오(Pinocchio)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속설을 널리 퍼트린 장본인이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동화 속의 피노키오처럼 실제 코가 자라나는 것은 아니지만, 코가 열을 받아 빨갛게 변한다는 이른바 ‘피노키오 효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과학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그라나다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온도기록법(thermography)을 이용하여,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코와 눈 안쪽 근육 부분들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할 때, 혈압이 올라가고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으로 작용)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가려움증을 유발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코 밑을 문지르거나 코를 만지게 된다는 것이다.
거짓말의 종류
사람들이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지난 2010년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이 성인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국 남성들은 하루 평균 3번, 여성은 2번꼴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방법과 대상에 따라 적게는 하루 한 번에서 많게는 무려 200번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는 매일 거짓말을 하거나 들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총리를 지냈던 벤자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는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lies), 새빨간 거짓말(damn lies) 그리고 통계(statistics)이다.”라고 말했다.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거짓말을 세 종류로 분류했다. 첫째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남을 해치기 위해 꾸며 내는 거짓말이다. 둘째는 이타적인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기 위한 거짓말이다. 여리고의 라합(Rahab)이 자기 집에 숨은 이스라엘 정탐꾼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이미 떠났다고 말한 것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의사들이 위중한 환자에게 곧 나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거짓말하는 이유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하나의 생존방식이라는 설도 있다. 영국의 이론심리학자인 니콜라스 험프리는 1976년 발표한 <지성의 사회적 기능>이라는 논문에서 인류가 거짓말을 하며 지적 진화를 이뤘다는 ‘사회적 지능’ 가설을 내세웠다. 생존을 위해 속이고, 이를 간파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도 발달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보통 태어난 지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첫돌을 막 지난 아이도 넘어졌을 때, 엄마가 보고 있으면 더 크게 운다. 거짓말은 세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처세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숨 쉬는 것까지 거짓말이라 할 정도로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부모의 양육태도와 성장환경의 영향이 크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아이를 일상적으로 의심하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자주 더 교활한 거짓말을 만들어 낸다. 또 남의 도움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의 동정을 얻고,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불쌍한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게 된다.
‘공상적 허언증(虛言症)’이라는 정신과 질병도 있다. 대개 감정 기복이 큰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거짓말이 추궁 당하면 반사적으로 화를 낸다. 깨어져선 안 되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죄이다
이런 거짓말쟁이들에게 모성애가 아주 강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정서적으로 온전하지 못하고 연민하고 보호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끌리는 성인아이(adult child)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잘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거짓말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애써 변명하고, 감싸주고, 끌어안으려고 한다. 사실은 왜곡된 사랑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용서받아야 할 죄이고, 치료받아야 할 병이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꿈 속에서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뼈저리게 뉘우쳐라. 죽더라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경도 거짓말을 엄금하고 있다. 마귀는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요한복음 8장 44절)라 불린다. 십계명에도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출애굽기 20장 16절)고 명령한다. 거짓말쟁이들을 “자기 양심이 화인”(디모데전서 4장 2절) 맞은 자들이라고 정의한다. 아나니아는 거짓말한 댓가로 죽임을 당했고(사도행전 5장 1-5절), 최종적으로 “거짓말을 좋아하며 지어내는 자마다 성 밖에 있으리라”(요한계시록 22장 15절)고 선언한다.
세상 끝날까지 거짓말쟁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온갖 거짓증언으로 모함을 받고, 명예를 훼손당하고, 모욕과 조롱을 받는 자들에게 이렇게 약속하셨다.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마태복음 5장 11-12절)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