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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1898215일 오후 940, 쿠바 아바나 항에 정박 중이던 메인호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미 해군 266명이 사망하고, 배가 침몰하였다. 미국의 <뉴욕 모닝 저널>(New York Morning Journal), <더월드>(The World)는 쿠바를 식민지배하고 있던 스페인의 소행이라고 지목했다. 그리고 메인호를 기억하라며 전쟁을 선동했다. 419, 미 의회가 쿠바 독립 지원을 의결함으로 사실상 전쟁을 선언했고, 스페인 역시 423일에 대미 선전포고를 하면서 미서전쟁(美西戰爭, Spanish-American War)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그해 8월에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1210파리 조약에 의해 쿠바와 필리핀, 푸에르토 리코, 괌의 지배권을 미국에게 넘겨주면서 스페인 제국은 공식적으로 종식되었다.

1971년에 와서야 메인호 폭발사건은 보일러실에서 일어난 사고로 밝혀졌다. 당시 여론을 주도한 뉴욕 저널과 더월드가 황색 옷을 입은 소년 옐로 키드(yellow kid)”를 통해 선정성 경쟁을 한데서 황색 저널리즘”(과도하게 자극적,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더월드>의 운영자인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zer)는 뒷날 잘못을 반성하고 언론을 바로 세우는 데 기여하고자 퓰리처상을 제정했다.

 

중세 마녀사냥

마녀사냥은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행해졌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은 가혹한 고문을 당한 뒤 화형에 처해졌다. 300여 년간 계속된 마녀사냥으로 20~50만 명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중세 마녀사냥은 도미니코 수도회의 영향이 컸다. 1487년 도미니코 수도회의 두 성직자가 <마녀의 망치>라는 마녀사냥 지침서를 내면서 본격화됐다. 그들은 타락하고 부패한 교회를 질타하기 위해 예수와 대립된 존재로 마녀를 만들어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 유럽에 마녀의 공포가 되살아났고, 두 이단심문관은 직접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마녀사냥을 했다. 이 책의 출판으로 마녀사냥의 대상자가 여성에서 남성으로까지, 힘없는 자에게서 권력과 재산을 지닌 귀족이나 관리에게까지 확산되었다.

 

아직도 진행형인 마녀사냥

마녀사냥은 주요언론이나 종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은 또 다른 형태의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마녀사냥의 양상도 진화하였는데, 특정 집단이 한 개인을 무차별 공격하여 인격살인하는 사태가 서슴치 않고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시작되어 2012년 재판으로 끝난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 사건이다. 그룹 에픽하이(Epik High)의 리더인 타블러(한국계 캐나다인 래퍼)가 데뷔 초기 스탠퍼드대학교 영문학과 학/석사학위를 3.5년 만에 받은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한 누리꾼이 의혹을 제기했고,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라는 카페가 만들어졌다. 한 공영방송이 직접 스탠퍼드대학교를 찾아가 취재를 하고 타블로의 성적증명서, 학교 측의 공문, 해당 교수의 확인서를 공개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타진요> 회원들은 타블로의 형, 아버지, 누나, 어머니의 신상털이까지 했다. 결국 EBS 강사였던 타블로의 형은 민감하게 대응하다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그의 어머니는 <타진요> 회원들이 미용실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바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아버지는 회복 중이던 간암이 악화되어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일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2년 타진요 회원 11명 중 선처를 받은 2명을 제외한 9명의 유죄가 확정되고 그중 3명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종결되었다.

이밖에도 일명 개똥녀’, ‘국물녀’, ‘지하철 막말남’, ‘루저녀’, ‘패륜녀등을 대표적인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꼽을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

2008102일 오전 615, 배우 최진실씨가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직접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였다. 최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견이 있다. 어떤 사람은 930일에 걸려온 증권사 여직원의 전화를 꼽기도 한다. 그녀는 최진실 사채업 괴담 유포자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최씨는 악마 같은 () 목소리를 듣는 게 너무너무 무섭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OBS의 연출가 윤경철은 이데일리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예인에게 루머는 철창 없는 감옥이에요.’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를 자살로 몰고 간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에 떠돌던 사채업자 루머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씁쓸하기만 하다.”

세계인권선언 제 19조는 사람은 누구나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매우 폭넓게 인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한 개인의 명예 또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때는 여론에 선동되어, 어떤 때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어떤 때는 질시나 증오심 때문에 누군가를 인격살인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때가 있다.

프레드리히 슈페는 <재판관에 대한 경고>에서 당시 마녀재판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신학자들이 탁상공론 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 마녀이고 마녀사냥이다. 이들은 이 가상의 인물이 실제로 있다고 믿고 의심되는 사람을 잡아다 심한 고문을 하느라 정작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기조 중 하나가 열 명의 범죄자를 잡지 못해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나왔다.

황색언론이 여론을 선동할 때, 기독교인들은 루머보다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온 하늘이 동원된 예수의 십자가의 유일한 지향점은 한 영혼이었다. 엘렌 G. 화잇은 한 명의 죄인을 위해서라도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목숨을 버리셨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십자가에 가까이 나아간다면 거기서 그대는 한 영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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