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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12:35

모성애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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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의 반란

 

20131211일에 부산 화명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어머니와 자녀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 홍씨(34)의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이 10여분만에 도착했지만, 이미 집 내부에서는 붉은 화염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화재는 50분만에 진화되었고, 어머니 홍씨와 두 딸(1, 9), 아들(8)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홍씨는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발코니에서 1살난 딸과 아들을 품에 안고 등으로 불길을 막은 채 숨져 있었다고 한다. 거센 불길도 마다않은 모성애였다.

 

모성신화(myth of motherhood)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한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온몸이 가시같은 날카로운 털로 덥혀 있지만, 어미 고슴도치는 자식의 털만은 함함하다(털이 부드럽고 반지르르하다)고 짐짓 말하면서 안아 준다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내리 사랑은 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모든 생명체의 본능(本能)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어머니상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2008년 발간되어 미국, 영국, 폴란드 등 22개국에서 출판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2009년에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도 어머니를 소재로 한 것들이다. ‘어버이날도 본래는 1956에 제정된 어머니날1973년에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이후의 현대 페미니즘(여성주의)에서는 모성애가 본능이 아니라 학습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었다. 이른바 모성신화이다. 이에 따르면 농경사회에서는 어머니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 양육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육아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사회 핵가족 사회가 되면서 남성은 밖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자녀 양육에 전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 시대가 되면서 다시 자녀양육이 남녀의 공동책임으로 바뀌게 되고, 따라서 전통적인 어머니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상의 일상화

올 초, 7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4년여간 냉동보관한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졌다. 아버지 최모(34)씨는 평소에도 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목욕을 싫어한다고 자주 폭행을 했다고 한다. 2012117, 만취한 최씨는 안방에서 7살난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차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게 하는 등 2시간에 걸쳐 폭행하여 다음날 숨지게 했다. 부인 한씨(34)는 딸을 친정에 맡기고 돌아와 남편이 아들 시신을 흉기로 훼손하는 것을 도왔다. 시신을 냉동보관한 이유는 외부에 버릴 경우 신분과 범행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부부는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기 전에 치킨을 시켜 먹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대로 묻힐뻔한 범행은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게임중독에 빠진 친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11살 소녀 사건으로,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꼬리가 밟혔다. 아버지의 학대로 최소한의 영양도 섭취하지 못한 그 소녀는 발견 당시 키 120cm에 몸무게가 16kg에 불과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 6월에는 친엄마(32)가 세 살배기 딸이 어린이집에서 말썽을 부렸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대걸레 자루로 다리, 머리, 몸통 등 온몸을 30차례 무차별 구타하여 숨지게 했다.

장모(29)씨는 남편이 실직해 혼자 생활비를 부담하게 되자 모든 불만을 남매(7세 여아, 5세 남아)에게 퍼부어 학대를 일삼았다. 이웃의 신고로 체포되어 석 달간 격리되었지만, 귀가해서 또다시 남매를 체벌하고 뜨거운 물을 몸에 부어 전신화상을 입히기까지 했다. 결국 딸은 간 파열과 복강 내 출혈로 숨졌다.

모성애가 본능이든, 학습에 의한 것이든 우리의 경험과 이성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화 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4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 학대당한 아동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한 2001~2014년 총 126명의 아동이 학대로 숨졌다. 매년 9명의 아동이 무자비한 학대로 사망하는데, 이 중 부모에 의한 것이 81.8%(친부 45.2%, 친모 32.0% )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부모가 아동을 학대한 이유로는 양육기술 미숙(33.1%),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20.4%), 부부 및 가족 갈등(10.0%)이 크게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인권 보호야말로 선진화의 척도라고 말한다. 아동의 기본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며, 저항 능력이 없는 아동에 대한 학대는 사회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 발달단계에 대한 이해수준을 높이는 부모 훈련이 필요하고, 특히 학대나 방임은 주로 저소득층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경제 수준을 고려한 육아 스트레스 경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지자 이사야 시대에 백성들은 고난 중에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고 부르짖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모성애를 예증으로 들어 응답하셨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이사야 4914, 15)

오늘날 그 혹시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모성애보다 더한 사랑으로 우리를 기억하고 계신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은, 이 삭막하고 우울한 세상에 한줄기 희망이 될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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