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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 쿠르디의 메시지

 

지난 92(한국 시간) 아침, 터키의 유명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모래에 얼굴을 묻은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의 사진 한 장이 온 지구촌을 울렸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였다. 아일란 가족들은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피해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가기 위해 작은 보트를 탔지만, 파도가 몰아치면서 보트가 뒤집혔다. 아일란과 다섯 살짜리 형 갈립은 아빠 압둘라의 팔에 매달렸다. 압둘라는 두 아들과 아내를 팔에 안고 안간힘을 썼지만 처자식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거친 물살에 죽은 아내와 아이마저 놓쳐버렸다.

알란쿠르디.jpg

아일란은 결국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이 비극적인 죽음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고,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각국으로 행동에 나서게 했다. 당장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이날 벨기에와 키프로스, 핀란드, 아일랜드, 폴란드 등 5개국도 규모는 작지만 추가 난민 수용 계획을 발표했다.

 

떠도는 난민들

지난 618, 유엔난민기구(UNHCR)세계 난민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Global Trends Report)’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전 세계 난민수는 5,950만 명에 달했다. 20135,120만 명에 비해 830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한 해 동안 실향민의 수가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처음이다. 2004년에는 3,750만 명에 불과했다.

국적별로 보면 전세계 난민 가운데 시리아인이 408만 명으로 가장 많다. 시리아 인구 2,200만명 가운데 자국 내에서 떠돌아 다니는 난민이 760만여 명(34.5%), 국경을 벗어난 난민이 400만여 명(18.2%), 사망자가 25만여 명(1.1%)이다. 하루 평균 7명씩 1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죽었다. 그리고 2014년에는 하루 평균 42,500명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고, 4년 간 무려 4배나 증가했다. 오늘날 전 세계 122명 중 한 명은 난민, 국내실향민 혹은 난민 지위를 신청 중인 사람인 셈이다. 난민수를 한 국가의 인구로 보면 세계 24위에 달한다.

 

시리아 내전의 원인

시리아 내전은 2011315, 남부 도시 다라에서 청소년들이 담벼락에 국민은 정권의 전복을 원한다는 낙서를 한 죄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삼엄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시민들과 함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무자비한 강경 유혈 진압작전으로 수천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하자, 이에 격노한 반정부 인사들이 무기를 들고 무력항쟁에 나섰다. 특히 정부군에서 이탈한 군인들이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을 결성하여 반정부 세력에 합세하면서 격렬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현재 시리아를 지배하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이며, 이들은 시리아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소수 종파다. 이에 비해 시리아 인구의 4분의 3 가량(73%)은 수니파이다. 따라서 내전이 발발하자 국민 대부분이 반군 편에 섰다.

여기에 주변 수니파와 시아파 국가들의 적극 개입으로 내전은 지역 차원의 종파 전쟁으로 번졌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터키, 요르단 등이 반정부군을 지원한 반면, 시아파를 이끄는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는 정부군을 도와 반군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반 아사드진영에 가세하자, 러시아가 이란과 함께 정부군을 도우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게다가 반정부 세력 중 서방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혁명전선 등 온건한 반군 세력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IS와 알누스라전선 등의 극단주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이 무작정 알아사드 정권을 공격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중동발 난민 위기는 당분간 지구촌의 최대 난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아일란의 죽음은 국제사회의 양심을 일깨웠다. 그리고 난민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계기가 마련됐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는 아일란의 시신 사진을 19726월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거리를 내달리는 베트남 소녀 킴 푹(Phan Thị Kim Phúc)의 사진과 비교했다. 당시 이 한 장의 사진은 대대적인 반전여론을 조성해 베트남전 종전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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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일란의 사진으로 시리아 내전이나 난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P통신은 아일란의 사진이 푹의 사진이나, 독수리가 먹잇감으로 노리던 수단 어린이의 사진처럼 사람들을 행동에 옮기게 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 넘쳐나는 사진 한 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 상태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평등한 자연권을 갖고 태어났으나 이를 무한히 추구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협동으로 이끄는 유일한 방법은 국가의 통제 하에 있을 때라고 하였다.

그러나 IS나 북한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국가도 폭력적일 수 있고, 강력한 통치력은 독재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항구적인 평화는 인간의 제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난마처럼 얽힌 시리아 내전 사태를 보면서 성경에 약속된 그 날을 사모하게 된다.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지 아니하리라”(이사야 24)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5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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