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이 위험하다
지난 2014년 9월 초 캐나다 록키를 여행했다. 벤쿠버를 출발하여 그 이튿날 야스퍼 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에 있는 애서배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아싸바스카라 부른다)에 도착했다. 해발 3,750m의 콜롬비아 대빙원에서 발원한 6개의 빙하 중 하나라고 한다. 아이스필드 센터에서 바퀴 하나가 사람 키만한 특수 설상차(Snowcoach)를 타고 애서배스카 빙하의 중간지점인 해발 2,133m까지 올라갔다. 우리가 서있는 곳의 빙하의 두께가 약 300m인데, 이것은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높이라고 한다.
빙하는 쌓인 눈이 얼고 녹고 그 위에 또 쌓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년설 얼음이 되고, 지속적인 압력과 중력으로 얼음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결정이 되는데 이것이 빙하 얼음이다. 이 빙하 얼음이 삐져나가 흐른 것이 바로 빙하(glacier)가 된다. 이것이 바다로 떨어져 나가면 빙산이 된다. 빙하 중간에 얼음이 녹아 고인 물이 있는데, 만년 전에 만들어진 무공해 팔각수(octagonal water)라고 해서 가져간 물병에 담아 먹어봤다. 혹시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물맛이 달고 신기한 향내가 나서 500ml짜리 한병을 다 먹었다.
애서배스카 빙하는 총 길이가 6km, 폭이 300m정도 된다. 온난화로 125년 전보다 길이가 1.5km 정도 짧아졌다고 하는데, 지금도 매년 5미터씩 녹고 있어서 약 400-500년 후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환경위기시계(Environmental Doomsday Clock)
환경위기시계는 전 세계 환경파괴에 대한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한 것이다. 1992년, “리우 환경회의”가 열린 해부터 일본 아사히 글라스 재단(The Asahi Glass Foundation)이 매년 전세계 환경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매년 9월에 발표한다.
환경위기시계에서 0~3시는 불안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3~6시는 조금 불안함, 6~9시는 꽤 불안함, 9~12시는 매우 불안함, 12시는 인류의 생존 불가를 의미한다.
처음 환경위기시간이 발표되던 1992년 당시에는 전 세계 환경위기시간은 7시 49분이었다. 1996년에 이르러 9시 13분으로 “매우 불안함”에 처음 진입했고, 2008년에 9시 33분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약간 나아지는 듯하여 2011년에 9시 1분까지 회복되었으나, 2012년 9시 23분, 2013년 9시 19분 그리고 2014년에는 9시 23분으로 예년대비 4분 증가했다.
대륙별로 보면 오세아니아가 10시 8분으로 가장 높았고 북미 9시 55분, 서유럽 9시 33분, 남미 9시 23분, 중동 9시 21분 등의 순이었다. 아시아는 9시 15분이지만 한국은 9시 27분으로 지난해보다 4분 줄었으나 세계 평균보다 여전히 높았다.
2014년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 글라스 재단이 정한 설문조사의 환경이슈는 11개 항목이다. ①기후변화(이상기후), ②생물다양성(생물 멸종의 가속화), ③토지이용(무분별한 개발로 자연 파괴), ④오염(미세먼지, 땅 물 대기 오염), ⑤수자원(깨끗한 물 감소와 고갈), ⑥인구(감당할 수 없는 도시인구 폭발적 증가), ⑦식량(토지 해양에서 획득, 남획, 포획으로 식량 공급량 감소), ⑧생활방식(에너지 과소비), ⑨지구온난화 측정방식(기후 완화 적응 관련 측정 기술), ⑩환경과 경제(환경 비용 경제적 시스템 구축), ⑪환경과 사회(개인과 사회의 환경의식 및 환경교육)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전 세계와 한국 응답자 모두 환경과 관련된 주요 이슈로는 ‘기후변화’를 꼽았으며, ‘오염’과 ‘생태다양성’, ‘토지 이용’과 ‘물’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응답자의 경우 ‘기후변화’(33표) 뒤를 이어 ‘생활방식’(15표), ‘오염’(12표), ‘생태다양성’(9표), ‘환경과 경제’(6표), ‘토지이용’(5표)과 ‘환경과 사회’(5표)의 문제를 시급한 환경문제로 꼽았다. 다른 대륙에서는 한 자리 숫자의 선택을 받은 생활방식이 한국에서는 기후변화에 이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환경이슈로 지목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10년 후 우리의 환경에 어떤 위기가 닥칠 것인지 예측하게 하며, 사실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자연 정복은 자멸의 길
현대의 물질문명은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할 대상으로 여겼다. 과거에는 산을 따라 꼬불꼬불 내던 길을 이제는 산이 나오면 뚫고 강이 나오면 다리를 놓아 직선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승리인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인간 승리가 아니라 자멸을 초래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라”(창세기 1장 28절)고 하신 것은, 땅의 막대한 자원들을 인간의 필요를 위해 이용할 권리를 허락하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파괴할 권한을 주신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to dress and to keep)”(창세기 2장 15절)하셨다는 구절이 의미하듯이, 인간은 지구를 “가꾸고 지킬”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 인류가 결국 자멸의 길을 선택할 것은 예언하고 있다.
“너희는 하늘로 눈을 들며 그 아래의 땅을 살피라 하늘이 연기 같이 사라지고 땅이 옷 같이 해어지며 거기에 사는 자들이 하루살이 같이 죽으려니와 나의 구원은 영원히 있고 나의 공의는 폐하여지지 아니하리라”(이사야 51장 6절)
인류는 결국 삶의 터전인 땅을 파괴할 것이다. 환경위기시계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2시간 40분 남짓이라고 알려준다. 생태학자와 경제학자로 이루어진 연구팀도 사이언스지에서 만약 지금처럼 어류 남획과 해양오염이 계속된다면, 2048년에는 모든 해양식량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하나님께서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우리의 구원자가 되신다는 사실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