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황제의 세 가지 질문
올해도 벌써 마지막 달이 되었다. 아침이 있으면 저녁이 있고, 첫 달이 있으면 마지막 달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전도서 3장 1-4절)다고 하였다.
보통 천하 만물이 어느 시점에 시작되어 영겁(永劫)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알고 보면 영겁이 아니라 어떤 끝을 향해 간다. 한 해의 세초(歲初)는 세말(歲末, 세밑)로 치닫고, 탄생은 죽음으로 향한다.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다
세상 만물은 제각기 수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대략 80년, 코끼리는 100년, 침팬지 50년, 하마 40년, 곰과 고래 30년, 노새 20~25년, 사자 25년, 말 20년, 개 15~17년, 고양이 10~12년, 토끼 5~10년, 쥐는 5~6년이라고 한다.
조류 중 올빼미는 68년, 잉꼬는 50년, 천년을 산다고 알려진 학은 30~40년, 비둘기와 갈매기는 30년, 닭은 10~30년, 제비 12년, 참새는 3년이다.
어류는 잉어 30~60년, 메기 60년, 뱀장어 60년, 금붕어 30년, 미꾸라지 22년, 연어 15~18년, 대구 14년, 은어 1~2년, 그 밖에는 2~7년 정도라고 하며 송사리는 1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수명이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년인데, 우리의 태양이 약 50억년 전에 탄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약 50억년 후에는 수명을 다한다고 한다.
무한순환인가, 직선적 종말인가
역사관(歷史觀)은 크게 동양의 순환사관과 기독교의 직선사관으로 분류된다. 순환사관은 춘하추동(春夏秋冬) 등 자연현상이 주기를 가지고 반복하는 것처럼, 역사가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한 시간을 회전하는 바퀴처럼 계속 순환한다는 사상이다. 순환사관은 역사의 목표를 역사 안에서 찾으며, 역사의 주체는 자연의 원리이다.
직선사관은 역사는 특별한 시점에서 시작하여 궁극적 목표에 이르기까지 선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상이다. 직선사관은 역사의 목표를 역사 밖에서 찾으며, 그 역사 밖에 역사의 주체가 있는데 그 주체는 곧 하나님(God)이다.
기독교는 창조-타락-종말/구속이라는 사관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역사의 궁극적 목표는 예수 재림으로 인한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이다. 이러한 사상은 인간의 역사가 고난의 역사이며, 결국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모든 운명으로부터 궁극적인 구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상에 기초한다.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 사상은 인간의 죄의 역사를 끝내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된다는 희망의 역사관이다. 하나님은 인간 역사의 매 순간 개입하셔서 궁극적으로 다가올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인류를 구원의 길로 이끌어 가신다.
직선사관은 기독교 역사에서 종말론 운동으로 확대되기도 하였는데, 때로 과도한 열정으로 그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시한부 종말론이 정점에 이른 건 1992년이다. 당시 10월 28일을 휴거일로 주장한 다미선교회를 비롯해 하느님의 성회(9월 28일), 다베라선교회(10월 10일) 등 50여 개 종파가 시한부 종말론을 퍼뜨렸다. 세기말인 1999년에는 신년벽두부터 각종 대중매체들까지 가세해 ‘Y2K’ 문제로 곧 지구의 종말이 올 것처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얼마 전에는 마야의 달력이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주역 등에 기초한 2012년 종말설이 횡행(橫行)하기도 했다.
종말을 맞는 자세
직선사관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해가 지나고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재림이 한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도 바울은 로마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왔음이니라”(로마서 13장 11절)고 하였다.
그러면서 데살로니가교회에 보낸 편지에서는 “주의 날이 이르렀다고 쉬 동심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하지 아니할 그것이라 누가 아무렇게 하여도 너희가 미혹하지 말라 먼저 배도하는 일이 있고 저 불법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이르지 아니하리니”(데살로니가후서 2장 1-3절)라고 하였다. 즉, 재림 전에 명백한 징조가 있다는 것이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지은 ‘어느 황제의 세 가지 질문’이라는 단편집이 있다. 일반적으로 ‘삼대 질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첫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인가, 둘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셋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이다. 황제는 답을 찾기 위해 깊은 산속에 살고 있는 ‘깨달은 사람’이라고 하는 한 은자를 찾아간다. 도중에 황제는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을 치료해 주는데 알고 보니 원한 때문에 황제를 죽이려 온 사람이었다. 은자는 황제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만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현실의 회피가 아니라 현실의 연장이다. 분명 지구 역사는 어떤 종점에 도달할 것이지만, 그 종점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지금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삶이 내세의 삶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