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기폭제

by 로뎀 posted May 1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재난의 기폭제

 

올해 장마는 마른 장마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617일부터, 남부지역은 72일부터, 중부지역은 3일부터 시작되어서 729일에 장마가 끝났다.

장마 기간 동안 남부 지역 강수량은 평균 145.9를 기록했는데, 평년(348.6)에 비해 41.9%에 그친 수치다. ‘20년만의 마른 장마란다. 중부 지역은 남부 지역보다 적은 평균 139.9를 기록했는데, 이는 평년(366.4) 장마 강수량의 38.2%에 불과한 수치다. 이것은 15년 만에 가장 낮은 강수량이라고 한다. 서울의 강수량도 185.9를 기록해 평년 33954%에 머물렀다.

올 장마기간 중 남부지방에 비가 유달리 적었던 것은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하지 않아 수증기가 많이 유입되지 못한데다, 장마전선도 제대로 북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구가 푸른 별인 이유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지구가 푸른 별로 보인다. 이것은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의 빛깔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물 때문에 지구는 생명체가 가득한 별이 되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지구의 물 공급량은 한 해에 9000이며, 그 가운데 인간이 실제로 쓰는 양은 약 48%4300이다. 미국 인구 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2011년에 70억 돌파하였고, 2025년에는 83억 명, 2050년에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세계 50개 국을 대상으로 한 1인당 물 이용 가능량은 1950년에 568에서 1990년에는 28662, 2025년에는 24795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의 물이 부족하다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는 ‘2014 세계 물개발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수십년간 인구증가와 경제, 생활방식의 변화 등에 따라 담수와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 제한된 자원 및 생태계에 대한 압박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과 에너지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게 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준다. 그러나 세계 최하위 빈곤층을 이루는 10억 명이 물과 위생 시설, 전기를 시급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13억 명은 전기 없이 살고 있으며, 78000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25억 명의 사람들은 위생 시설 없이 생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20년의 세계글로벌 시대의 개막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28개 국 34000만 명이 충분한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2025년에는 52개 국의 약 3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물 부족은 또한 먹을거리의 부족을 초래해, 지구촌에서 매일 25천 명이 굶주림 또는 영양실조에 따른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3.5초마다 1명이 굶어서 죽는다는 얘기다.

 

물이 부족한 이유

UN국제인구행동이란 비영리 단체가 정한 기준에 따라, 국민 1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총량이 1700이상이면 물 풍요(water sufficiency) 국가, 1000~1700사이면 물 부족(water stress) 국가, 그리고 1000이하면 물 기근(water scarcity) 국가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총량이 1471로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연 평균 강수량이 1,283mm로 세계 평균 약 973mm를 훨씬 웃돈다. 그런데도 물 부족 국가로 분리되는 이유는 국토면적과 인구수로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리비아, 이집트, 남아프리카 등과 함께 물 부족 국가에 속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 강수 시기가 6~8월에 집중되어 있고, 국토의 70%가 산지이다 보니 대부분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반면에 겨울에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과도한 물 사용이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은 물을 얼마나 쓰나라는 2012년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민 1명당 하루 급수량은 303리터, 물 사용량은 286리터이다. 급수량은 정수장에서 보급되는 물의 양을, 사용량은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의 양을 뜻한다. 나머지 물들은 누수(漏水)로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물들이다.

286리터는 석유 드럼통 한 개 반에 해당한다. 10년 전보다 8리터 줄었지만, 하루 사용량이 200~250리터인 일본 도쿄보다 훨씬 많고,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의 두 배에 이른다. 물의 사용 용도는 가정용이 66%로 가장 많은데, 그 중 변기에 25%, 싱크대에서 21%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는 세수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았고, 이를 닦는 동안 수도를 열어둔 사람은 13%였다. 4명 중 1명은 양치할 때 컵을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은 주로 농업, 에너지, 산업, 가계소비 등 네 가지 핵심적인 곳에 사용된다. 가장 근원적으로 모든 에너지는 물을 필요로 하고, 물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즉 모든 에너지 자원과 전력을 생산하려면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용수나 농업, 각종 생산 활동에 필요한 물을 생산, 처리, 수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구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에너지와 물이 더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물 부족 문제는 인류생존에 가장 근원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난화의 영향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각종 기업활동으로 인한 수질오염도 물 부족을 초래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일찍이 토인비는 문명은 스스로 파괴시키는 인자를 안고 발전한다고 하였다. 현대 문명은 푸른 별 지구의 생명의 근원인 물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처처에 지진이 있으며 기근이 있으리니 이는 재난의 시작이니라”(13:8)고 예언하셨다. 즉 물 부족은 각종 재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