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지난 해 12월 초, 쌀쌀한 날씨지만 기르는 개를 데리고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30분쯤 지나자 자꾸 마른 기침이 났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차를 마셨으나 가라앉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기도(氣道)가 거북해고 약간의 호흡 곤란도 오고 오한(惡寒)도 났다. 오전까지 멀쩡했는데 찬바람 좀 쐬었다고 이렇게 빨리 감기에 걸리나 싶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서너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기침이 줄어들고 기도의 거북한 증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감기가 이렇게 쉽게 왔다 쉽게 낫나 싶었다. 그날 저녁 뉴스를 들으면서 그 원인이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대기(大氣)의 경이로운 균형
대기란 고도 약 80킬로미터까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의 바다이다. 이 공기 바다는 1제곱 센티미터당 1.03킬로그램의 힘으로 우리를 누른다. 이러한 공기의 압력은 체액의 증발을 막아 주기 때문에 이 기압이 없으면 우리는 생존할 수가 없다. 대기가 없으면 비도 오지 않게 되고, 낮에는 태양의 직사광선에 피부가 타고 밤에는 얼어붙을 것이다. 또한 대기는 지구로 날아드는 유성으로부터 지상 거민을 보호해 준다.
대기가 있기 때문에 푸른 하늘, 솜사탕 같은 흰 구름, 상쾌한 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기가 없으면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좋아하는 음악도 들을 수 없다. 음파가 전달되려면 매질(媒質)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의 약 78퍼센트는 질소이고 21퍼센트는 산소이다. 나머지 1퍼센트는 아르곤, 수증기, 이산화탄소, 헬륨, 수소, 오존 등과 같은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대기의 산소와 질소의 정확한 비율은 하나의 경이(驚異)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조금만 달라도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다. 지구의 크기 역시 균형을 유지하는 데 꼭 알맞다. 지구가 지금보다 작고 가벼우면, 중력이 너무 약해서 대기의 상당량이 우주 공간으로 달아날 것이다. 반면에 지구가 지금보다 약간이라도 더 무겁다면, 중력이 강해서 더 많은 양의 기체를 보유하게 됨으로 대기권 기체들 간의 미묘한 균형이 깨지게 된다.1)
자연의 미묘한 균형을 깬 인간
유감스럽게도 이 거대하고 경이로운 “미묘한 균형”이 인간에 의해 깨지고 있다. 지난 2세기 동안에 인간은 지구환경을 크게 변모시켰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기후 변화에 의한 식량 공급의 불안정과 대기 오염이나 산성비를 야기하는 삼림의 훼손, 방출된 화학 오염물질에 의한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탄소·산소·질소·수소·인·황의 여섯 가지 원소는 생물체의 95%를 차지하며, 각 생물은 이들 원소를 효율적으로 순환시켜 생명체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이러한 물질 순환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탄소·질소·황이 현저하게 변하고 있다. 1860년부터 현재까지 소비된 화석 연료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약 30% 증가하였고, 이것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2)
2013년 11월에 필리핀에서 1만2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하이옌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슈퍼태풍으로 커졌다. 같은 달에 미국에서는 폭우를 동반한 80여개의 토네이도가 미국 중서부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CNN은 “봄이나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토네이도가 11월에 나타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카로스의 날개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신 후,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8)고 하셨다. 이것은 창조의 궁극적인 목적이 생명의 번영이며, 인간은 지구와 그 가운데 사는 생물을 돌볼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생태위기는 우리가 생명과 자연과 환경을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정복할 대상으로 보는데 있다. 그것은 타락한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탐욕과 무절제한 생활 방식과 이를 부추기는 소비문화와 자본주의 물신숭배사상에 기초한 현대 문명은 생명을 파괴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다이달로스는 크레타를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새의 날개 깃털을 모아 실로 엮고 밀랍을 발라 날개를 만들었다. 그는 아들 이카로스에게도 날개를 달아 주고 함께 탈출 계획을 세웠다. 그는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에 의해 밀랍이 녹으니 너무 높이 날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하늘로 나는 것에 몰두하여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너무 높이 오르다가 밀랍이 녹아 결국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만다.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는 것은 욕망이 일으키는 이카로스의 날개짓 때문이다. “더 편리하게!, 더 많이! 더 빨리!”만을 추구하는 인류는 언젠가 이카루스의 날개를 지탱하던 밀랍이 녹아 깊은 바다에 추락하고 말 것이다.
1) http://k.daum.net/qna/view.html?qid=01Z1h 인용 요약
2) 위키백과, “대기오염” 인용 요약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14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