욤 키푸르(Yom Kippur)
다니엘이 금식기도에 들어가다
“힛데겔로 갑시다. 거기서 기도하고 싶소.”
다니엘은 몇 수행원을 데리고 바벨론에서 55km 떨어진 힛데겔 곧 티그리스 강에 있는 휴양지로 갔다(다니엘서 10장 4절). 때는 고레스 3년 곧 기원전 535년 정월(성서력. 민간력 7월, 태양력 3~4월)이었다. 이미 88세에 이른 다니엘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2년 전인 기원전 537년에 고레스 왕이 유대인들에게 석방령을 내렸지만(역대하 36:21~23, 에스라 1:1~3) 돌아간 사람은 42,360명(에스라 2장 64절)에 불과했다. 게다가 예루살렘 성전 재건 공사는 주변 부족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사마리아인들은 정부 관리들을 매수하여 고레스 왕으로 하여금 그의 조서를 철회하도록 공작하고 있었다(에스라 4장 5절).
뿐만 아니라 9장의 계시를 통해 유대인들의 석방과 2300 주야의 관계는 깨달았지만, 동족 유대인에게 배정된 70주일(490년) 동안에 메시야가 배척을 당하고, 그 결과 또 다시 예루살렘 성전이 “황폐케 하는 자”에 의해 훼파된다는 소식(다니엘서 9장 26, 27절)은 그를 미궁(迷宮) 속으로 몰아넣었다. 정월 4일부터 시작된 금식기도는 3주나 계속되었다.
기도의 응답이 이르러 오다
정월 24일, 오랜 금식으로 수척해진 다니엘은 몇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힛데겔 강변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갑자기 다니엘이 쓰러졌다. 수행원들이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얼굴이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고 호흡은 중단되어 있었지만 맥박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다니엘이 환상에 들어간 것이었다.
다니엘에게 신성의 제2위 되시는 분,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나타나셨다(다니엘서 10장 6, 7절과 요한계시록 1장 13~15절을 비교해 보라). 다니엘은 그 앞에 떨며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 그때 가브리엘 천사가 다니엘을 어루만지며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네 기도가 시작될 때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셨다. 나는 고레스 왕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노력했지만 사단의 방해로 3주나 지연되었다. 미가엘(예수님의 다른 이름. 유다서 1장 9절, 데살로니가전서 4장 16절 참고)이 직접 오셔서 사단을 물리쳐 주심으로 이제 오게 되었다”(다니엘서 10장 12, 13절 의역).
이어서 가브리엘은 다니엘서 11장 1절부터 12장 3절까지 “큰 전쟁”에 관한 예언을 설명했다. 비로소 다니엘은 “큰 전쟁” 곧 “선악의 대쟁투”의 진상(眞相)을 “분명히 알았고, 그 이상을 깨”닫게 되었다(다니엘서 10장 1절).
예언을 마친 가브리엘 천사는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그 말씀을 닫고 그 책을 봉하라.”(다니엘 12장 4절)고 하였다. 이 말은 다니엘서 전체를 봉인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금머리는 바벨론이요, 수양은 메대 바사이며, 염소는 헬라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해석되지 않고 봉해진 사건들은 오직 마지막 때에 성취될 사건들만을 의미한다.
봉인된 예언이 열리다
1818년, 2년에 걸쳐 성경연구를 마친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 1782~1849)는 흥분으로 떨고 있었다. 1816년 회심한 후 조롱하는 친구들의 도전에 답하고 자신의 신앙적 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성경연구에 들어간 밀러는, “성경은 그 자체가 해석자”라는 원칙을 세우고, 크루덴 성구사전 만을 사용해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연구해 나갔다. 그는 다니엘 8장 14절의 2300주야와 9장 24절의 70이레가 같은 시기에 시작된다는 것과, 2300주야(2300년)가 1844년에 끝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내 다니엘서의 봉인된 부분이 열린 것이다.
성소 정결의 의미
유대인들은 지금도 성력(聖曆) 7월 10일(민력 1월 10일)을 ‘욤 키푸르’(속죄일)로 지킨다. 전날인 9일은 ‘에렙 욤 키푸르’라고 부른다. 사람에게 지은 죄를 회개하는 마지막 날이다. 남자는 수탉, 여자는 암탉을 사서 머리 위로 아홉 번 돌리면서 속죄기도를 드린 다음, 도살자(쇼헷)에게 주어 죽이게 한다. 본래는 양이나 염소를 사용했으나 10세기 바벨론에서 살던 유대인들이 닭을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성막시대에는 사람들이 죄를 지으면, 희생제물(양, 황소, 송아지, 비둘기 등)을 성소로 데려가서 그 머리에 안수함으로 자신의 죄를 희생제물에게 옮긴 후 자신을 대신해 죽임으로 범한 죄를 용서받았다. 제사장은 희생제물의 피를 그릇에 담아 금제단에 뿌리고 성소와 지성소를 가르는 휘장 앞 바닥에 뿌림으로 죄인이 고백하고 용서받은 기록을 성소 안에 표시하였다(레위기 4장 2~6절).
죄는 너무 가증스러운 것이어서 고백된 죄의 기록만으로도 성소가 오염되었다. 따라서 오염된 성소를 정결하게 하기 위해 특별한 한 날이 정해졌는데, 그것이 바로 욤 키푸르(대개 대속죄일이라 부른다)이다(레위기 16장 16절).
대속죄일이 되면 ‘여호와를 위한 염소’를 죽여 대제사장이 그 피를 가지고 1년에 한 번 지성소로 들어가 법궤 위 ‘속죄소’(혹은 시은소)에 뿌림으로, 지난 1년 동안 옮겨진 모든 죄의 오염으로부터 성소를 정결하게 했다. 그리고 성소를 나온 대제사장은 사단을 상징하는 ‘아사셀을 위한 염소’의 머리에 안수하여 이스라엘의 죄를 “염소의 머리에 두”게 한 다음 광야로 보내 “염소가 그들의 모든 불의를 지고” 죽게 하였다(레위기 16장 21, 22절). 이것은 사단이 모든 죄의 책임을 지고 최종적으로 멸망할 것을 상징한다.
“이 날에 너희를 위하여 속죄하여 너희로 정결케 하리니 너희 모든 죄에서 너희가 여호와 앞에 정결하리라”(레 16:30)
히브리 기자는 이것들은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과 그림자”(히브리서 8장 5절)라고 하였다. 즉 지상의 성소 봉사는 실제 하늘에서 이루어질 대속사업을 표상하는 것이었다. 히브리서 9장 22절은 “피 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소제도는 피의 “흘림” 뿐 아니라 “뿌림”까지 이루어져야 대속이 완결된다고 알려준다.
2300주야는 예수께서 하늘에서 실제 욤 키푸르(속죄일) 사업을 시작하실 때를 알려준다. 히브리서 9장 12절은 2300주야 끝에 예수께서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다고 말하고, “염소와 황소의 피와 및 암송아지의 재로 부정한 자에게 뿌려 그 육체를 정결케 하여 거룩케 하거든 하물며 …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으로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못하겠느”(13, 14절)냐고 반문한다.
다니엘은 하늘 법정이 설치되고,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책들”을 펴고 “심판”을 베푸는 장면을 보았다(다니엘서 7장 9, 10절). 이것이 바로 1844년부터 시작된 하늘성소 정결을 위한 심판이다. “하늘에 있는 그것들은 이런 것들(지상의 희생제물들)보다 더 좋은 제물”(히브리서 9장 23절) 곧 그리스도의 피로 정결케 될 필요가 있었다.
재림 전에 사람의 생애가 기록된 책들을 조사하는 일차적 목적은 정죄가 아니라 사면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성소를 정결케 함으로 죄를 철저히 제거하여 고백된 죄들을 도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죄란 분리시키는 것이다(이사야 59장 2절). 죄가 제거됨으로 화해(하나됨-속죄)가 실현된다. 죄의 마지막 기억이 사라짐으로써(예레미야 31장 34절) 절대적이고 영속적인 화해가 완성되는 것이다.
1844년부터 시작된 이 심판은 “너희 모든 죄에서 너희가 여호와 앞에 정결하리라”(레위기 16장 30절)는 감격적인 선언으로 절정에 이른다. 그 후 예수께서는 하늘을 떠나 지구로 강림하셔서 그의 성도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영생의 면류관을 주실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9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