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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교훈

 

왕의 변심

이 꿈이 참되고 이 해석이 확실합니다.”

다니엘이 느부갓네살 왕의 잊어버린 꿈을 말하고 해석을 마치자, 왕은 보좌에서 내려와 엎드려 절했다. 왕은 다니엘이 섬기는 하나님이 모든 신들 가운데 가장 위대하며, 이 세상 모든 나라와 왕들의 주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망각 메커니즘이 왕의 뇌에서 그 날의 감동을 지우기 시작했다.

권력에는 사람을 빠르게 마취시키고 연장과 집중을 원하는 속성이 있다.”(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느부갓네살 역시 동방의 패권을 장악한 자기 권력에 도취되어, 하나님의 예언을 무산시키고 바벨론을 영속시킬 한 방안을 계획하였다.

 

황금 신상을 세우다

느부갓네살 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가 황금으로 된 신상을 만들게 했다. 그것은 높이 30m, 가로 3m나 되는 거대한 신상이었다. 아파트 한 층의 높이가 2.6~2.7m이므로 11층이 넘는 높이이다. 왕은 이것을 바벨론 지방의 두라(Dura) 평지에 세우고, 지방장관을 비롯한 모든 관리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제막식을 열었다. 전령이 외쳤다.

왕의 명령이다. 음악이 울리면 느부갓네살 왕이 세우신 황금 신상에 엎드려 절하라.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않는 사람은 즉시 불타는 벽돌 가마 속에 던져 넣을 것이다.”

이 의식은 종교적 행사 그 이상이었다. 다니엘의 해석에 의하면 왕이 꿈에 보았던 신상의 황금 머리는 바벨론을 상징한다. 그 후에 은-가슴, 놋쇠-, -다리, 철과 진흙-발로 묘사된 다른 나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었다. 따라서 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된 신상을 세우고 엎드려 절하게 함으로써, 바벨론에 대한 영원한 충성을 다짐받고자 한 것이다.

음악이 울려 퍼지자 모든 사람들이 황금 신상을 향하여 엎드렸다. 그때 왕의 명령에 불복하고 우뚝 서 있는 세 청년이 발견되었다. 다니엘의 친구들인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본명은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였다. 왕은 몹시 분노했지만 이 중대한 의식이 불상사 없이 마쳐지기를 원했다. 세 청년을 불러 설득했지만 그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느부갓네살 왕이시여, 우리는 절대 못합니다. 만약 우리를 벽돌 가마 속에 던지셔도 우리하나님께서 구해 주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황금 신상에 절할 수는 없습니다.”

왕의 낯빛이 변했다. 왕은 벽돌 가마 온도를 평소보다 일곱 배나 더 뜨겁게 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세 청년을 밧줄로 묶어 가마 속에 던져 넣었다. 불길이 얼마나 뜨거운지 세 청년을 던져 넣은 용사들이 타죽고 말았다.

 

불 가마에 나타난 신의 아들

아니, 어떻게 된 것이냐?”

깜짝 놀란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좌관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결박하여 가마 속에 던져 넣은 사람이 세 사람이 아니더냐?”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내가 보니 저 안에 네 사람이 있고, 넷째 사람은 신의 아들 같구나. 세 사람의 결박도 풀렸고,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은 것 같도다.”

왕은 벽돌 가마 입구로 다가가 그들을 불러냈다. 세 청년은 옷도 멀쩡했고, 머리카락도 그을리지 않았고, 불탄 냄새도 없었다.

놀라고 감탄한 왕은 연단에 올라 모든 관리들에게 말했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을 찬양하라. 그는 왕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몸을 바쳐 다른 신들을 섬기거나 절하지 않은 자기 백성을 구원하셨도다. 이런 방법으로 구원할 수 있는 신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도다.”

세 청년들은 멀리 하늘을 응시하며 무엇인가 암송하기 시작했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대저 나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요, 네 구속자임이라”(이사야 43:2, 3)

하나님께서는 백여 년 전 이사야를 통해 약속하셨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키신 것이다. 죽음에서 살아난 안도감과 감사로 세 청년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말세에 재연될 경배 강요

신앙, 사상, 양심의 자유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기본적이고 귀중한 권리 중 하나이다. 19481210, 3차 국제연합총회에서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면서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18)고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1789826, 프랑스 국민의회에서 채택된 인권선언에서는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은 인간의 가장 귀중한 권리의 하나이다.”(11)라고 정의하였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양심의 자유의 중요성과 자유로운 토론의 사회적 가치를 역설했다. 이 사상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로 계승되었다. 이것은 또한 로마로 전승되어 제국로마도 일체의 종교와 사상에 대해 관용적인 정책을 취하였으나, 기독교만은 예외였다. 기독교는 유대교와 달리 선교적 열성을 갖고 있었고, 기독교의 급성장은 로마 사회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기 313,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승인되고, 392년에는 테오도시우스 1세에 의해 국교가 되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국가로 변신하자 종전에 견지하던 관용의 원칙이 사라지고, 인간의 신앙과 양심이 유린되는 암흑시대가 천 년 이상 계속되었다. 피해자였던 기독교가 박해자로 둔갑한 것이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제자들을 보내 사마리아에 숙박할 곳을 예약하게 하셨다. 사마리아인들은 아무도 숙소를 내주지 않았다.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통이 터진 야고보와 요한이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 좇아 내려 저희를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누가복음 9:53)라고 말하자 예수께서는 엄히 꾸짖으시고 다른 마을로 가셨다.

교회는 종종 야고보와 요한의 전철(前轍)을 밟아왔다. 은총론을 설파한 어거시틴(Augustine)강권하여 데려다가”(14:23)라는 말씀을 근거로 이단 박해의 성경적 정당성을 부여했고, 그 영향으로 12세기 말까지 이단에 대한 박해가 지속되었으며, 13세기에 이르러 이단심문(Inquisition)이 제도적으로 확립되었다. 또한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이단 박해를 피해 스위스 바젤로 피신했던 칼빈(John Calvin)은 제네바 신정(神政) 기간의 일부인 1542년부터 4년간, 58명을 이단으로 정죄하여 처형(교수형 13, 참수형 10, 화형 35)하였으며, 76명을 추방하였다.

성경 예언은 세상 마지막 때에 다시 한번 신앙과 양심을 강제하는 일이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짐승의 우상에게 경배하지 아니하는 자는 몇이든지 다 죽이게 하더라”(요한계시록 13:15)

불행하게도 이 일은 정치와 결합한 배도한 교회에 의해 자행될 것이다.

오래 전, 엘렌 G. 화잇은 이렇게 말했다.

양심을 강요하는 자는 사단이요, 사단의 정신에 자극된 사람들이다. 의에 대한 열심을 구실로 악한 천사들과 동맹한 자들이 때때로 그들의 종교적 이념으로 그들을 개종시키기 위하여 그들의 동료들에게 고통을 가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은혜를 나타내시고 언제나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심으로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신다”(사도행적, 541). (다음 호에 계속)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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