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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통합경제사회

 

지난 5월에 시작된 쇠고기 파동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발생했다. FTA는 특정 국가 간에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으로 가장 느슨한 형태의 지역 경계 통합이며, 지역무역협정(RTA)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7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FTA를 추진하여 2004년 칠레, 2006년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2007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FTA를 체결하였고, 미국과의 협상도 타결되었다. 그리고 캐나다, 인도, EU(유럽연합), 멕시코, 일본, GCC(걸프협력 이사회) 등과도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FTA로 대표되는 지역주의(regionalism)는 세계화와 함께 오늘날 국제경제를 특징짓는 뚜렷한 조류가 되고 있으며, WTO 출범 이후 매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파동은 정치적 동기도 내재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부정적 측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세계화의 역사와 의미

21세기는 탈냉전, 정보화, 세계화로 대표된다. 탈냉전이 이념적 대립의 종식과 자본주의의 세계적 확산을 가져왔다면, 세계화는 세계를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시키고 있다.

세계화는 1498년 인도항로의 발견으로 시작된 중상주의나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 경쟁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GATT(가트, WTO 전신)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하에서 무역자유화와 자본이동자유화의 조짐이 나타나긴 했으나 상품과 자본 이동의 장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부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상이 타결되어 WTO 체제가 출범하고, 교통과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이다.

세계화란 각 국가경제가 세계경제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 판매, 구매, 투자 등 모든 경제활동이 어느 지역이나 나라를 벗어나 세계 도처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경제적 의사결정이 국경을 초월하게 된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국가 간 무역장벽을 소멸시킴으로 세계시장의 단일적 통합과 시장광역화를 가져와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키고, 국가, 지역, 기업, 계층 간 경쟁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경제적 상호의존이 결국 정치적 취약성(vulnerability)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가 이루어지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국가주권의 침해, 자주적 경제정책의 제약,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등이 나타나게 된다.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검역주권 문제가 그 한 예이다. 또 시장통합은 한 국가 내에서 이득을 얻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을 발생시킨다. 이로 말미암아 두 집단 간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화는 탐욕과 착취의 물질만능주의를 가속화시켜 지역 문화와 인간의 영성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 또한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자살과 살인, 아동 및 여성학대, 생태적인 삶의 기반 붕괴, 사회적인 마찰이 야기되어 결국 인간성의 파괴, 사회적 불안정, 생태계 파괴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세계화 운동

매년, 세계화 추진회의인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열리는 기간에, 세계화 반대회의인 세계사회포럼’(WSF:World Social Forum)이 열리고 있다. 우파적 성격을 갖고 있는 세계경제포럼은 기업경영자, 금융가, 정부 대표자들이 세계화 과정을 심화시키기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좌파적 성격을 띠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은 인간관계에 대한 다윈주의적 비전에 반대하고, 사회를 무법천지의 정글로 보는 것-즉 다보스의 신자유주의가 부추기는 사회관-에 반대”(올리비오 두트라, 리오 그랑데 주지사)하기 위해 모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이미 세계화의 영향 아래 살고 있고, 그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는 그것을 추진하는 자신들조차 생각지도 않았고 결코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성경 예언에 나타난 통합경제의 변질

저가 모든 자 곧 작은 자나 큰 자나 부자나 빈궁한 자나 자유한 자나 종들로 그 오른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고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요한계시록 13:16, 17)

매매 금지라는 경제와 관련한 이 예언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구절은 세계화와 통합경제가 후일 인간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통제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한계시록 13장에는 두 마리의 짐승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 짐승들은 나라를 상징한다(7:23; 16:10). 매매 금지를 추진할 짐승은 두 번째 짐승인데, 요한은 이 짐승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내가 보매 또 다른 짐승이 땅에서 올라오니 새끼 양같이 두 뿔이 있고 용처럼 말하더라”(요한계시록 13:11)

이 짐승 곧 나라는 누구인가?

첫째, 이 짐승은 다른 짐승들과 달리 뿔이 둘 뿐이다. 그리고 그 뿔은 새끼 양과 같다고 했다. 다니엘과 요한계시록에서 뿔은 정부 권력을 상징한다. 또 요한계시록에서는 29회나 예수 그리스도를 새끼 양(어린 양)으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요한이 처음 보았을 때 이 짐승은 온유한 태도, 즉 그리스도와 같은 태도로 그 통치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둘째, 이 짐승은 에서 솟아났다. 계시를 인도하던 천사는 요한에게 네가 본 바 음녀의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17:15)이라고 설명했다. 상호 밀접히 연결된 예언들에 있어서 과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 많은 백성들을 상징하므로 은 주민이 희소한 지역을 상징한다.

셋째, 이 짐승은 모든 자곧 전 인류에게 어떤 일을 강요한다. 이것은 이 짐승이 상징하는 나라가 세계적 영향력과 힘을 가진 최강국임을 의미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미합중국이다. 177674일은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이 날 서명한 독립선언서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몇 가지 [기본]권리들을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들은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를 포함한다.”고 천명하였다. 얼마나 아름답고 온유한 정신인가.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 것 같다.

1791년에 채택된 헌법수정조항 1항에서는 의회는 어떤 종교의 설립, 자유로운 종교 행사의 금지에 관한 법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클리포드 골드스타인은 헌법에 종교가 언급된 유일한 이 경우는 정부가 종교를 설립하거나 차별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미국의 위대한 종교자유의 비결이 있다.”고 하였다.

미국 헌법이 이룬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는 국가와 교회를 비적대적으로 분리시킨 국가를 창출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일은 과거에 없었던 대사건이다. 고대로부터 모든 나라들은 백성들이 낸 세금으로 국교(國敎)를 지원해 왔으며, 비국교적인 종교들을 탄압했다. 프랑스도 혁명기에 잠정적으로 정교분리를 시행하였으나 그것은 피차 적대적인 분리였다. 오늘날 마르크스주의 국가들은 더 극단적인 정교분리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예언은 새끼 양 같은 특성을 나타냈던 미국이 용처럼 말하더라고 진술하고 있다. 요한이 계시록을 기록하던 당시 은 로마제국이었다. 미국은 온순한 양같이 처신하여 세계 최강국의 위치에 올라섰다. 예언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점차 변질되어 제국 로마의 특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한다. 초기 제국 로마가 기독교를 불법화하고 기독교인들을 박해한 것처럼, 말세에 미국은 전 세계 모든 자에게 특정 신앙을 강제하기 위해 경제적 제재 조치를 활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특정종교집단의 신앙과 양심의 자유가 유린될 것이다.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

우리는 지난 2001년의 911 사태 후, 미국이 취한 여러 조치와 행동들에서, 비상한 국가적 위기가 닥쳐올 때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권리나 심지어 국가의 주권마저 하루 아침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보았다.

20011120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과거 아서 슐레신저(Schlesinger)가 닉슨 행정부를 묘사하는 데 사용했던 제왕적 대통령을 부시가 재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첨예한 논란은 테러리스트를 처벌하기 위한 부시의 군사법정 준비명령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사법권을 침해하는 독재권력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고, 뉴스위크 심지어 보수적인 워싱턴타임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테러 방지 명목으로 변호인과 피고인의 대화까지 도청을 허락한 것도 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조치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전시에 군사법정을 하나의 선택가능성으로 갖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이라며 가장 극악한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필요로 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1857생명과 자유와 재산보호를 규정한 헌법수정조항 5항을 인용하여 노예제도를 합법화한 드레드 스코트 판결(Dred Scott decision), 1880년 몰몬교도들의 일부 다처주의 신조를 헌법전문의 가정의 평정일반의 복지라는 구절을 적용하여 불법화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절하는 여호와의 증인 교도들을 역시 헌법전문의 더욱 완전한 연합공동 방위라는 명분을 내세워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까지 경례를 강요한 사건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Noah)의 후손들이 수메르 문명(Sumer Civilization)의 발생지인 시날(Shinar) 평지에 바벨탑을 쌓았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파괴하고 언어를 혼잡케 함으로 사람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다. 인간의 집중화 현상은 항상 나태와 부도덕과 기타 악습을 부추겼다. 통합된 사회는 흩어진 사회보다 통제가 쉽고, 사단이 정복하기 쉽다. 따라서 사람이 온 땅 위에 퍼져”(1:28; 9:1) 사는 것이 하나님의 본래 계획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에게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2:16, 17)고 하셨다. 이 말씀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와 그 책임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딸 때, 하나님께서는 그 손을 붙잡지 않으셨다. 그리고 범죄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희생시킴으로 사랑과 공의를 모두 충족시켰다.

인류의 번영과 행복은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시장원리주의나 시장만능주의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의 십자가 정신, 곧 나눔과 섬김의 자아희생적 삶과 통해 인류가 공존을 모색할 때 이르러 오는 열매인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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