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소리친다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 일본 간토(關東) 지역에 7.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12시 1분에 7.3의 여진이 일어나고, 12시 3분에 7.2의 여진이 뒤따랐다. 결과 9만9천3백 명이 사망하고, 4만3천5백명이 행방불명됐으며, 25만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44만7천1백 채가 불에 탔다. 특히 도쿄는 화재로 인한 사망자만도 6만명에 달했고 도시의 4분의 3이 잿더미가 됐다. 지진으로 인한 궤멸적인 피해가 닥치자 야마모토 곤베에(山本權兵衛) 내각은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 재일한국인을 이용했다. 내무성은 각 경찰서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 내용 일부가 신문에 보도되었다. 거기에 유언비어들이 난무하면서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일본 민간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들을 남녀노소 구분없이 무차별 학살하였다. 학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도쿄에 흐르는 스미다 강과 아라카와 강이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6,400명(일본 공식발표)의 조선인들이 처참하게 학살됐다.
급증하고 있는 지진 피해들
지난 5월 12일 오후 2시 28분, 중국 쓰촨성 원촨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것은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한 원자탄 252개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과 맞먹는 규모의 위력이라고 한다. 1949년 건국 이래 중국에 가장 크고 가장 넓은 지역에 피해를 끼쳤다. 강도와 진도 모두 지난 1976년 24만명의 사망자를 낸 탕산(唐山) 대지진(7.8) 때보다 높고, 피해 면적도 10만km²가 넘어 남한 면적 9만9천km²보다 넓다. 중국 당국이 공식 집계한 지진 사망자 수는 2008년 6월 9일 현재 6만9142명이며 실종자 수도 1만7551명에 달하고 있다. 또 이 지진으로 36만4천552명이 다치고 4천561만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1천500만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물 더미 속에서 구출한 생존자만도 6천541명이다.
이보다 앞서 2004년 12월 26일에는 인도네시아 섬 수마트라 서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으로 쓰나미가 발행해 13개국(스리랑카, 인도 등)에서 22만여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세계재난통계연구센터(CRED - 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에서 1900년대부터 200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자연재해의 유형을 구분하여 조사한 결과 표 1과 같이 홍수, 태풍, 가뭄, 산사태 등과 같은 수문기상학적(水文氣象學, Hydro-meteorological Disasters-대기 중의 물의 존재·운동·변화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기상학의 한 분야) 자연재해의 발생건수가 가장 많고, 두 번째가 지진, 지진해일, 화산폭발 등과 같은 지질재해(Geological Disasters), 세 번째가 전염병, 해충과 같은 생물재해(Biological Disasters)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자연재해의 유형별 발생건수 분포]
특히 수문기상재해는 그림 1과 같이 지질학적 재해에 비해 발생 건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도 증가추세에 있다. 그리고 1900년대 초반 자연재해는 연평균 2.8회인데 비해 21세기 이후에는 연평균 350회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림 1] 자연재해 유형 및 연도별 발생경향
그 중에 지질재해의 발생건수는 그림 2와 같이 지진, 지진해일, 화산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주목할 것은 지질 재해의 발생건수가 수문기상 재해 발생 건수와 비교할 때 상승폭은 적으나 1960년 칠레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9.6의 강진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1970년 페루 7만여명, 1976년 중국 탕산 24만명, 1988년 아르메니아 북서부 2만5천명, 1990년 이란 북부 길란주 4만명, 1995년 일본 중부 고베(神戶)-오사카(大阪) 6천424명, 1998년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타카르주와 북동부에서 각각 2천명과 5천명, 1999년 터키 북서부에서 2만명이 사망하여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킨 것이다.
[그림 2 전세계 지질재해의 연도별 유형별 발생 추이]
금세기 들어와서도 2001년 인도 3만여명, 2002년 아프간 4천800명, 2003년 이란 밤 시 2만6000명, 2005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2천명, 2005년 파키스탄 북동부 8만6000명, 2006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6천200명,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8만7000명 등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국내 지진 발생 빈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처음 10년(1978~1987년) 동안에는 163건이었으나, 1988~1997년에는 208건, 1998~2007년에는 399건으로 늘었다.
재난을 알리는 경고들
중국 쓰촨성 원촨에서 강진이 발생하기 사흘 전에 한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10만여 마리의 두꺼비 떼가 진앙과 가까운 단무마을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난 2006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노후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 건물 안에는 3명이 있었지만 붕괴직전 개가 짖는 소리에 잠이 깨 참변을 면할 수 있었다. 첨단과학이 감지하지 못한 재난의 징조들을 동물들이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예수께서는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마 24:7, 8)고 말씀하시고, “땅에서는 민족들이 바다와 파도의 우는 소리를 인하여 혼란한 중에 곤고하리라”(눅 21:25)고 예언하셨다. 우리는 처처에서 지진의 소식을 듣는다. 또 바다와 파도의 우는 소리(쓰나미)도 듣고 있다. 예수께서는 “이런 일이 되기를 시작하거든 일어나 머리를 들라 너희 구속이 가까왔느니라”(눅 21:28)고 말씀하셨다.
땅이 소리치고 있다. 징조와 경고에 너무 민감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둔감한 것도 문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침착(沈着)과, 땅들이 외치는 소리에서 예수께서 다가오시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 경성(警醒)이 함께 필요한 때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8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