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가 수위를 넘고 있다

by 로뎀 posted May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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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가 수위를 넘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왕정 이전 시대에, 한 엽기적인 토막 살인 사건으로 지파 하나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 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에브라임 산지에 사는 한 레위인의 첩이 바람을 피우고 친정이 있는 베들레헴으로 가버렸다. 그는 처갓집을 찾아가 첩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8km 떨어진 여부스(지금의 예루살렘) 근처에 도착했을 때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종은 여부스에서 자고 가자고 했지만 안전을 우려한 그는 5.6km를 더 여행하여 동족 베냐민 지파가 살고 있는 기브아(지금의 텔엘-)까지 가서 한 노인의 집에 묵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 밤 동네 비류(非類)들이 첩을 끌고 가 밤새 집단 성폭행을 했고, 그 결과 첩이 죽고 말았다. 그는 시신을 나귀에 싣고 돌아와 열두 토막으로 나누어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게 보냈다. 이 엽기적인 사건은 이스라엘 전역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총회가 소집됐다. 그러나 베냐민 지파는 범인 인도를 거절했고 결과 내전이 일어났다. 이 전쟁으로 베냐민 지파는 림몬(지금의 람문)으로 피신한 6백 명의 남자들만 남고 전멸했다. 토막 살인 사건이 사회에 준 충격이 그만큼 컸다.

 

무서운 세상

스릴러 영화 추격자4월에 들어 전국 관객 5백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했던 연쇄살인 사건은 1980년대 화성 연쇄살인 사건, 90년대 지존파’, ‘막가파사건, 2000년 유영철 연쇄살인으로 이어졌다.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일대 부녀자 10명이 연쇄적으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으며 장기간에 걸친 잔혹한 살해수법으로 인해 세계 100대 살인사 건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존파’(至尊派) 사건은 김현양 등 조직원 6명이 19937월 지존파를 결성, 사업가 부부를 비롯해 배신한 조직원 1명 등 모두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하거나 불에 태웠다.

1996년에는 지존파를 모방한 막가파사건이 일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9월 중순 최정수 등 조직원 5명은 범죄단체를 조직한 뒤 105일 귀가 중이던 40대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 금품을 빼앗고 구덩이에 산 채로 매장해 살해했다.

20039월부터 2004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하는 한편 3구는 불에 태운 유영철 사건은 충격 자체였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었던 유씨는 경찰에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다.”“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장기 일부를 먹었다.”고 진술했다.

310, 지난 2월에 실종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일가족 네 명이 전남 화순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유력한 용의자로 전국에 수배된 전 프로야구 선수도 같은 날 서울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11일에는 작년 말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된 초등학생이 경기도 수원의 야산에서 토막 시신으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체포된 범인은 2004년에 실종된 군포 전화방 도우미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고대 이스라엘 시대 같으면 나라가 뒤집어져도 몇 번은 뒤집어졌을 사건들이다.

 

충동 살인의 원인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경찰청이 발표한 범죄통계를 분석해 보면 제3자를 대상으로 한 충동 살인이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살인사건도 10년 사이 55.5%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살인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 발생하는 살인사건은 대상이 무차별적이고 불필요하게 과도한 폭력성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충동 살인의 원인으로는 경제 사회적 변화가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 양극화에 따른 소외감과 박탈감, 인간 존엄성이 상실된 현대 사회의 비도덕성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스턴 노스이스턴대의 제임스 앨런 폭스 교수는 대량살인자들의 동기는 복수의 열망이라며 이들은 자신들을 희생자로 본다. 자신들 주변이 온통 부정으로 차 있으며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에 기반한 더욱 장기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김시업 교수는 인명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소외된 사람을 지원하는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나서야 한다

안양 초등학생 사건을 계기로, 13살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사 성행위를 하고 살해한 경우 법정 형량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하는 혜진예슬법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행정2부에 근무하는 설민수 판사는 전시효과적인 발상이며,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시스템 자체 또는 환경적 변수를 변화시키기 위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 해법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께서는 종말의 현상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24:12)고 예고했다. 사랑의 결핍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은 생명에는 생명, ()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보응하도록 규정했다. 이 동해보복(同害報復)의 원칙은 가장 소박한 정의 관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소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중동사태에서 보듯이 영속적인 피의 보복으로 이어져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예수께서는 증오 범죄의 해법을 이렇게 제시하셨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5:38, 39, 43, 44)

아무 죄도 없는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히 살해되는 보도를 접할 때 분노하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법정형의 조정, 전자팔찌 제도 도입, 명단공개 등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설 판사의 지적대로 사회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범죄자만을 양산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 강한 처벌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용서, 사랑, 나눔, 양보 같은 것들이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체는 교회이다. 교회는 만연하고 있는 증오범죄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본래 예수께서 의도하신 교회는 현재와 같이 높은 건물을 쌓아 올리고, 수많은 신자를 끌어 모으고, 우리끼리 하나님 나라의 지복을 누리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교회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비유하셨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850만 성도들이 5명씩만 끌어안으면 된다. 종말에 필요한 것은 외치는 신앙이 아니라 실천하는 신앙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사랑과 나눔,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말세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들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원장

시조, 2008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