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 축복인가 멍에인가

by 로뎀 posted May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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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 축복인가 멍에인가

 

우리는 삶의 곳곳에서 안식일 문제와 직면해 왔다. 학교, 각종 시험, 군대, 직장 뿐 아니라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와 회사에서도 안식일 문제에 부딪힌다. 각종 모임이나 행사, 예식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행단계에 들어간 주 5일 수업제나 근무제가 안식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 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 긍적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재림교회 구성원들은 직장인보다는 자영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주 5일제는 대다수의 재림교인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주 5일제로 생겨날 주말 특수가 시험거리가 될 수도 있다.

둘째, 5일 근무제는 사회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틀로 늘어난 휴일을 즐기려는 경향이 증가하면서, 안식일 예배에 빠지거나, 안식일 오후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로 말미암아 안식일 오후에 진행되던 각종 교회업무나 행사가 지장을 받을 수 있고, 또 안식일 성수 문제로 신학적 논쟁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셋째, 혼자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배우자가 안식일에 집에 머무르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긍정적인 면에서 생각하면 배우자를 인도할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교회 출석에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안식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안식일은 축복된 날인가, 아니면 평생 지고 가야할 멍에인가?

 

시내산 배도와 안식일

안식일의 기원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제칠일에 쉬신 데서 비롯되었다(2:1-3). 모세는 십계명을 두 번 반복해서 기록했는데, 출애굽기 20장에서는 안식일을 창조의 기념일(20:11), 신명기 5장에서는 구원의 기념일(5:15)로 설명하고 있다. 후에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사이의 표징의 의미가 더해졌는데(31:13-17), 하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 시내산 아래에서는 배도가 진행되고 있었다(32:1-6). 아론은 금송아지를 만든 후 인간적인 한 날을 정하고 그 날을 여호와의 절일”(32:5)로 선포했다. 이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와 우상숭배를 교묘히 조화시킨 배도였다. 배도문제가 처리되고 다시 십계명을 받아 하산한 모세는 백성들을 모으고 안식일을 강조하는 것으로 가르침을 시작했다(35:2,3).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배도를 전후해 안식일이 강조되고, 특히 안식일을 범한 자를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이다(31:14, 35:2). 이것은 안식일이 배도와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종말적 배도와 안식일

그리스도의 재림 직전에 선포될 세 천사의 기별(14:6-12)의 핵심은 안식일이다.

첫째 천사는 하나님의 심판하실 시간이 이르렀음을 선포하면서 하늘과 땅과 바다와 물들의 근원을 만드신 이를 경배하라”(14:7)고 권고한다. 이 표현은 안식일 계명에 똑같이 나타난다(20:11), 그러므로 창조주를 경배하라는 것은 곧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20:6)는 것이다.

둘째 천사는 바벨론의 무너짐을 선포하는데(14:8) 이것은 배도와 관계되어 있다. 배도한 교회는 창조의 기념일을 예수님의 부활일과 교묘히 조화시킨 인간적인 한 날을 정하고 그 날을 여호와의 절일곧 주일로 선포했다.

셋째 천사는 짐승의 표 곧 인간적인 한 날-안식일의 모조품을 따르지 말도록 엄하게 경고하는데(14:9-11), “진노의 잔이나 불과 유황”(14:10)은 시내산 배도와 관련하여 안식일을 범한 자를 죽이라(31:14, 35:2)는 명령의 종말적 형태이다.

셋째 천사는 그의 기별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를 믿는 믿음을 지키는 성도들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14:12, 표준새번역개정판)

이 구절은 안식일 문제가 세상 종말까지 인내의 문제로 남을 것을 예고한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재림 전에 먼저 배도하는 일”(살후 2:3)이 있을 것을 예언한다. 아론은 금송아지를 만들고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신이로다”(32:4)라고 선언했다. 말세에 불법의 사람역시 하나님 성전에 앉아 자기를 보여 하나님이라”(살후 2:4)고 선언할 것이다. 세상은 두 하나님 곧 창조주 하나님과 인조된 하나님 사이에 선택할 때가 이를 것이다. 그 선택을 결정하는 시금석이 곧 안식일과 주일이다. 따라서 안식일과 주일은 선안간 대쟁투의 계쟁점이 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과 짐승의 표가 된다.

 

안식일의 현대적 의미

첫째, 안식일은 과학만능 시대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게 한다.

19세기는 창조주에 대한 반역의 세기였다. 1848년 무신론을 바탕으로 한 공산주의가 등장하고, 1859년 창조론에 반대하는 진화론이 발표됐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1878년 성경의 영감성을 부인하는 고등비평이 일어나고, 1883년 니체는 초인주의를 내세워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21세기 현대 과학은 생명창조의 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또 다른 배도 곧 과학이 스스로 하나님의 성전에 앉아 자기를 보여 하나님이라고 주장할 기초가 놓여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안식일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만일 인류가 안식일을 기억하고 올바로 지켜 왔다면 현재와 같은 불신자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안식일은 피곤하고 지친 삶에 쉼을 제공한다.

범죄한 인간은 쉬지 못하는 존재이다.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3:17)을 수 있다. 그러나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로다”(3:33). 과학의 발달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는 하였지만, 더 쉬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 분주하게 만들었고 사람을 일의 노예가 되게 하였다. 안식일은 병든 현대인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처방이다. 예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11:28)고 말씀하신다. 안식일 계명은 쉼으로의 초청이다.

셋째, 안식일은 신뢰의 표현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 있을 동안 하나님께서는 매일 만나를 내리셨다. 그러나 안식일 전날에는 갑절의 만나를 주시고, 안식일에는 그것을 먹으며 쉬게 하셨다. 이것은 안식일을 지키는 자는 내가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만이 안식일에 쉴 수 있다. 믿음이 없는 자는 밤낮 쉼을 얻지 못한다(14:11).

넷째, 안식일은 자유를 준다.

몇 년 전, 이스라엘 문화원 주최로 서울에서 보수파 랍비를 초청해 세미나를 가진 적이 있다. 질문 시간에 한 목사님이 물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안식일을 지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 완전하게 24시간 안식일을 지키자면 얼마나 힘이 듭니까?” 랍비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변했다.

그건 큰 오해입니다. 제 개인 이야기를 하지요. 저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주에 두끼 정도 밖에 집에서 식사를 못합니다. 그러나 안식일이 되면 24시간 동안 그 모든 일을 멈춥니다. 신문도, 텔레비전도 보지 않습니다. 완전히 쉬면서 아이들과 같이 지내고, 회당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또 아이들과 성경 이야기를 하며 종일 지냅니다. 저는 안식일 날 너무 자유합니다. 만일 이 안식일이 없다면 저는 살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이러한 안식일을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안식일이 우리를 지킨다.

유대인 격언에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켜 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켜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므로 안식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안식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안식일에 쉴 수 있는 것이다. 안식일은 나의 신앙을 지켜준다. 뿐만 아니라 안식일은 내가 죽은 후에도 나의 자녀들을 신앙 안에서 지키고 보호해 줄 것이다.

 

양대 극단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20:10)는 말씀을 오해하였다. 따라서 그들을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 너무나 많은 규정을 만들었고, 그 규정을 지키기 위해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였다.

안식일 계명의 근본 정신은 무엇을 하지 말라보다는, “쉼을 손해보지 말라는 것이다.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 예배나 교회 활동이나 각종 선행을 위축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12:5)고 말씀하셨다. 예배와 관련한 각종 수고들(대상 9:32, 진설병을 만듬)이나 필요불가결한 당번활동(왕하 11:5-8, 왕궁 수비) 등은 안식일에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한편, 느헤미야는 이스라엘 멸망의 원인이 안식일을 범한 데 있다고 지적하였다(13:17-18). 지금은 하나님의 백성 안에서 안식일이 온전히 회복될 때이다. 이사야는 안식일 성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약속을 주었다.

만일 안식일에 네 발을 금하여 내 성일에 오락을 행치 아니하고 안식일을 일컬어 즐거운 날이라, 여호와의 성일을 존귀한 날이라 하여 이를 존귀히 여기고 네 길로 행치 아니하며 네 오락을 구치 아니하며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 네가 여호와의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라 내가 너를 땅의 높은 곳에 올리고 네 조상 야곱의 업으로 기르리라 여호와의 입의 말이니라”(58:13,14)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이 원고는 2005년 교회지남에 게재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