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떠나는 토요일 아침, 아내가 짜증을 부렸다. 휴가지며 숙소, 일정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예쁜 펜션을 예약했을 때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남편은 조바심이 났다. 이런 상태로 출발해봐야 2박 3일 내내 불편할 것 같았다. 아내가 왜 그러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내가 늦잠 잤다고 이러는 거야? 아니면, 아까 애기 속옷 갈아 입혀 달라는데 TV만 봤다고?”
아내를 설득하면서 생각해보니 며칠동안 뾰로통한 게, 뭔가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 같았다. 다행히 아내는 휴가를 보이콧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 썩 내키지는 않는다는 표정으로 일어나 침대에 옷들을 늘어놓고 입었다 벗었다를 시작했다. 그 모습이 남편의 기억 하나를 불러냈다. 지난 주말이었다. 아내가 새로 장만한 수영복을 입고 남편 앞에 섰다. 그 위에 비치 원피스를 걸치면서 물었다.
“어때? 이렇게 입으면 덜 뚱뚱해보이지?”
남편이 듣기에는 별것 아닌 질문. 그는 “응. 그러네”하고 대답해주었다. 대부분의 남자가 이런 유형의 질문에 세 가지 선택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응’ 또는 ‘아니’, ‘글쎄’ 정도.
그러고는 셋 중 하나를 골라 대답해준다. 물론 대놓고 “아니”하고 대답할 남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응’ 혹은 ‘글쎄’라고 말해도 아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어때? 이렇게 입으면 덜 뚱뚱해보이지?”
사실, 아내에게는 이럴 때 “응”하고 대답하는 남편이야말로 용서 못할 대상이다. 사실은 뚱뚱하다는 걸 인정하는 말이니까. “글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영악한 남편이라면 “모르겠는데”로 은근슬쩍 빠져나가려 할 테지만 이런 태도가 아내에게는 더한 실망(무관심)과 반감(사실은 뚱뚱해)을 부추길 수도 있다. 결국, 남자 방식의 대답으로는 어떻게 말하든 아내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처럼 아내 또는 여자친구가 자신의 용모에 대해 물어올 때에는 그 속에 숨은 의도부터 헤아리는 ‘번역’ 과정이 필요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응’이나 ‘아니’ 같은 단순 판단이 아니다. 자기 남자만이 해줄 수 있는 격려 또는 사랑의 표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스타일의 대답 말이다.
“뭐가 뚱뚱하다고 그래? 나는 지금 자기 정도가 제일 좋더라.”
휴가 시즌의 정점이다. 여성들이 몸매에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휴가를 즐겁게 보내려면 가장 가까운 동반자의 기분부터 챙겨주는 게 기본이다. 휴가에 어울릴 만한 옷이 없더라도, 내세울 만한 몸매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기분을 높이 띄워주는 말로.
“괜찮아. 자기는 뭘 입어도 예쁘거든.”
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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