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미혹
2000년 3월 17일, 우간다 남서부 카눈구에서 종말론 종파인 “신의 십계 회복” 신도 530명이 교회에 불을 질러 집단 자살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후에 우간다 경찰은 이 교파 소유의 건물이나 종파 지도자들의 집에서 집단 매장된 다른 시신들을 추가 발견, 공식 집계된 수효만 1천명이 넘는다. 이는 913명이 사망한 78년 남미 가이아나 인민사원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이다.
교주 조셉 키브웨티레는 1994년 이 종파를 창설했다. 그는 당초 1999년 12월 31일에 세상이 멸망한다고 예언했다가, 2000년 12월 31일로 수정했다. 이들은 집단 자살하기 이틀 전인 15일, 소 3마리와 소다수 70상자를 가져다가 파티를 벌였으며, 다음날 옷과 돈, 가방, 교회용품들을 모아 불을 지르고, 이웃 주민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성모 마리아가 17일 아침에 강림해 자신들을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93년 미 텍사스주 와코에서 일어난 “다윗파 사건”으로 86명, 94년 스위스, 95년 프랑스, 97년 캐나다에서 연이어 발생한 “태양사원 사건”으로 107명, 97년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 산타페 마을에서 일어난 “천국의 문 사건”으로 39명이 희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87년 용인에서 일어난 오대양 사건으로 32명이 희생됐다. 끔찍한 일이다.
제자들이 세상 종말의 징조들을 물었을 때, 예수께서는 맨 먼저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마 24:4)고 경고하셨다. 이 경고는 세번이나 반복됐다(11, 24절). 이것은 말세에 사람의 미혹이 극심할 것에 대한 암시이다. 산상설교에서도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고 말씀하신 후, 저들의 목적을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마 7:15)고 지적하셨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양들이 저들에게 희생되었다.
최근 한 종교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만도 자칭 하나님이 8명, 자칭 재림 예수가 29명이나 된다고 한다. 다른 연구소는 더 많은 숫자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미혹은 극단적인 몇 교주나 신흥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보다는 인간 중심적인 것, 성경보다는 역사나 전통 중심적인 것 모두가 실상은 사람을 구원하지 못한 속임수들이다.
성경 다니엘서 7장이나 요한계시록 13장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짐승들은 하나님의 것을 모방한 사람의 권위, 사역, 율법, 말씀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짐승의 정신이 때로 종교조직으로, 때로 종교적 제도로 나타난다. 요한계시록 13장은 말세에 전세계적인 배도를 예고한다.
사람의 미혹에 빠지게 되는 원인으로는 사회적 분위기, 교리적 무지, 이적 체험, 잘못된 가정환경, 개인적 경향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가장 안전한 조치는 성경에 기초하여 자신의 신앙을 철저히 검증하고, 깨달은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다. 사도 베드로는 이렇게 교훈한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게 하여 저를 대적하라”(벧전 5:8,9).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