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대화와 그 위험성
지난 6월, 1600만명의 신자를 거느린 미국 내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SBC) 총회장을 지낸 제리 바인스 목사가 수천명의 총회 대표들에게 “종교 다원주의자들은 이슬람교가 마치 기독교와 동일하게 선한 것처럼 믿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만들어진 반면 이슬람교는 12명의 부인을 둔 귀신에 사로잡힌 마호메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함으로써 미국 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슬람교는 물론 유대교 지도자들과 기독교 단체들이 즉각 해명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파니카는 그의 저서 「종교간의 대화」에서 타종교에 대한 입장을 배타주의, 포괄주의, 평행주의 등 셋으로 분류하고, 이러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종교간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배타주의는 진리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 왜냐하면 이미 한 진술이 참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것은 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입장의 난점은 그것이 타인에 대한 편협과 교만 그리고 경멸이라는 명백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포괄주의는 다른 종교들이 갖고 있는 진리들을 자기 전통의 진리 속으로 동화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대한 고립”을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관대함을 갖게 하고, 다른 종교를 비난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필연적으로 교회를 성경이 경고한 “바벨론”(계 18:2,3) 상태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평행주의는 다른 종교를 무시할 수도 없고, 자신의 종교로 동화시킬 수도 없다면, 피차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에만 몰입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종교를 날조하는 혼합주의와 절충주의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인류를 종교라는 칸막이로 단절시킬 뿐 아니라 모든 종교의 자체적 완결을 상정함으로 선교의 필요성을 부인하게 한다.
최근 각 종교간 진행되고 있는 대화는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에서 기독교의 선교적 기능이 제외된다면, 그것은 기독교의 진리를 유비적이며 상대적인 것이 되게 하고, 결과 기독교의 재앙이 될 것이다. 기독교의 선교는 타종교에 대한 정복주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구원의 은혜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복음적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한 분뿐이시고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도 한 분뿐이신데 그분이 바로 사람으로 오셨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자기 자신을 모든 사람을 위한 대속물로 바치셨습니다"(딤전 2: 4-6).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2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