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의 미련한 것
기독교는 선포와 파송에 의해 시작되고 발전해 왔다. 예수께서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마 4:17)는 선포로 공생애를 시작하셨고, 공생애 기간 중 12제자와(마 10:5), 70인을 파송하셨다(눅 10:1). 부활 후에도 그의 제자들에게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마 28:19)는 大선교사명을 주셨고, 승천하시기 직전에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당부하셨다(행 1:8).
기독교 역사는 이러한 선교적 부르심에 응답한 남녀들의 역사이다. 사도 바울은 그의 시대에 “이 복음은 천하 만민에게 전파”(골 1:23)되었다고 선언하였으며, 오늘날 전세계 인구의 50.8%가 기독교인(가톨릭 포함)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역사학파들이나 비교종교학파들에 의해 기독교의 선교개념이 포스트모던 시대 혹은 다원주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제국적 이데올로기로 공격받고 있다. 심지어 세계교회협의회의 대화 책임자였던 사마르타(Stanlay J. Samartha)는 선교, 전도, 선교전략, 선교사상 등과 같은 용어는 그 자체가 종교적 제국주의의 상징이며, 하나님의 구속적 사랑을 증거 하는데 적절치 못한 비 성경적인 용어라고 혹평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기독교의 과거 역사적 과오와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른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4세기 이후 정복주의적 선교정책으로 강력하게 성장하던 기독교는 14, 15세기의 “문예부흥”(Renaissance)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고 19세기 안에 전세계가 복음화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0세기 이후 동양 종교가 부흥하면서 세계 도처에서 그 영향력이 증대되자 타종교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은 에큐메니칼 진영이다. 특히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측에서는 처음에는 전도를 위한 타종교와의 대화를 주창하였지만, 차츰 타종교에도 진리가 있다는 입장으로 변화되었고, 후에는 "대화의 신학"으로 발전하여 타종교와 기독교를 동등하게 취급하였다. 이러한 종교 신학적 경향은 결국 포괄적인 종교 혼합주의와 기독교의 절대진리를 일반 종교들과 상대화시키는 종교다원주의로 나타나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선교개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왔다.
지난날 기독교가 보여온 지나친 배타성과 우월주의 및 정복주의에 대한 반성과 재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기독교 선교는 어떤 상황과 이념에 의해서도 중단될 수 없는 교회의 사명이며, 생명이며, 존재 이유이다. 초대 교회 당시에도 십자가의 도(道)는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고전 1:23)이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전 1:21)라고 선언하였다. 이 미련해 보이는 전도가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능력인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2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