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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7 16:27

성경은 신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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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신화인가

 

요즘 대형서점의 종교 코너에 꽂혀 있는 책 제목들을 보노라면, 기독교를 아예 포(-저미어 말린 고기)를 떠 서가(書架)에 걸어 놓은 느낌이다. 창조, 선악과, 노아홍수 등의 실제성이 모두 부인되고 성경은 한권의 신화집(神話集) 정도로 취급된다. ()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로,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 부족신(部族神)으로 묘사된다. 예수 출생 자체를 부인하는가 하면, 설혹 실제적 인물로 인정하더라도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부처님처럼 득도(得道)한 수행자 정도로 취급된다.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와의 혼인설은 머리 숙여 감사할 일이고, 사도 요한과 동성애자였다고 주장하는 데는 말문이 막힌다. 신약성경에 격렬히 경계되었고(2:18-23, 딤전 1:3-7, 4:1-3, 6:3-21, 딤후 2:14-18 ) 초대교회가 힘겨운 투쟁 끝에 극복한 영지주의(Gnosticism)가 아예 원래의 그리스도교였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더구나 성경을 사실로 믿는 사람은 신앙적 미성숙아 내지 지진아 취급을 받으니 필자야 말로 공개적으로 바보 선언을 하는 셈이다. 말세는 말세다.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이러한 도전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세기에 들어 루시안(Lucian), 폴피리(Porphyry), 켈수스(Celsus)와 같은 예리한 사상가들이 저술을 통해 기독교에 독설을 퍼부었는데, 이것들은 여러 세기 동안 기독교에 대한 철학적 반대의 전형(典型)이 되어 왔다.

 

성경의 계시성과 영감성을 부인하고, 다른 문학 작품과 같이 문학적, 역사적 방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고등비평(Higher Criticism)18세기 말에 등장하였다. 14, 15세기의 문예부흥(르네상스, Renaissance)18세기 말 기세를 올린 합리주의(Rationalism)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으며, 합리주의의 토양 아래서 고등비평이 일어났다. 특히 소위 자료 가설(Source Hypothesis)의 최고 권위자인 벨하우젠(Julius Wellhausen)은 현재의 성경이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자료들이 수집되고 편집된 결과라고 주장하였는데, 이 가설(假說)은 현대에 이르러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아의 여덟 식구와 짐승들이 방주 안에서 1년간 생존한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이를 비실제적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합리주의 시대에 매우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그것은 현대 의학이 죽는다고 선고한 사람이 멀쩡히 회복되자,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니 믿을 수 없고 따라서 죽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없는 것이 아니며, 과학적 설명이나 역사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서 성경의 진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1:16).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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