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多元主義, Pluralism)와 기독교
지난 1월 29일 부시 美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이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선택이 국제질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는 부시가 언급한 세 나라가 실제 악의 축인가의 여부보다는 미국의 독주(일명 부시 독트린)에 대한 견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인권 및 평화 이론가인 한스 요르크 교수는 최근 “서방세계는 수 백년 전부터 이방인을 정복하고 배제하려는 사고방식을 가져왔으며, 특히 자신들이 악의 종말과 진리 전파의 주체라는 독선적 환상을 통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이같은 사고방식을 실현해왔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기독교에 대하여 갖는 냉소주의를 의미한다.
다원주의란 “유일”이 아닌 “여럿”을 의미한다. 다원주의가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된 배경으로는 교통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한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구촌화(Globalvillage),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등장을 들 수 있다.
현대 인류는 하나의 커다란 커뮤니케이션 체계 안에 있는 공동체이며, 공존의식이 강화됨에 따라 배타성을 배제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분위기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신앙을 평화로운 공존을 위협하는 비윤리적 독선으로 비하하고, 종교 다원주의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성경 계시의 절대성과 무오성,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한 구원을 신앙의 축으로 삼아왔다. 이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선언한다.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행 4:12).
그러나 다원주의가 등장하면서 기독교 선교신학에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자들은 모든 종교의 배후에 하나의 실재(하나님)가 존재하나 역사와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여러 종교가 발생하였으며, 모든 종교는 일정한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모든 종교에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 포괄주의자들은 성경만을 유일한 규범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신앙전통을 수용하며, 특히 타종교 안에 존재하는 자연계시를 인정한다. 따라서 타종교인에게도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능력이 미치고 있으며, 비록 (익명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인정한다.
세계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기독교가 지나친 독선과 타종교와 문화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을 버리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구원다원주의는 결국 자신과 다른 사람을 파멸시킬 속임수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출 20:3)”고 경고하셨다. 이것은 인류를 죄의 결과에서 구원하실 분의 유일성에 대한 선포이며, 기독교가 존재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2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