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5.05 11:26

수평적 바벨탑

조회 수 5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평적 바벨탑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절대 높이 날지 말라는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너무 높이 오르다가 태양의 열기에 날개가 녹아 추락한다. 현대 인류가 어깨에 달고 있는 밀랍 날개는 무엇일까?

 

1946214,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가 3년여의 연구 끝에 만든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은 면적 135, 무게 30t, 진공관 18천개로 한번 가동되면 필라델피아시의 전력 부족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나 1975년 미국 MIT대학의 로버츠와 빌 예이츠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 “알테어”(Altair)를 발표하고, 1990년대 이후 그림운영체계인 윈도가 등장하면서 컴퓨터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게 되었다. 세계 컴퓨터 공급대수는 이미 2억대를 훨씬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전체 가구의 77.6%(2001.11)P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9, 미국 국방부의 국방 연구용 컴퓨터통신망 알파네트(ARPAnet)의 등장으로 시작된 인터넷은, 1992년 음성영상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웹 브라우저가 등장하면서 세계 약 15천만명이 사용하는 초대형 가상공간이 되었고, 국내에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이 2,317만명(53.8%)이나 된다.

 

인터넷은 지구촌 시대를 열었으며, 공간과 거리에 대한 기존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인종차별도 없고, 시공도 초월하며, 이념적 갈등도 없다. 이미 정부 청사, 은행, 학교, 병원, 도서관, 우체국, 연구기관, 언론기관 등 수많은 공공기관이 들어서고, 전세계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역사, 음악,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또한 공간 한켠에서는 게임 메니어들이 지구 저편과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고, 포르노 업자들까지 끼어들어 버젓이 포르노 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 역시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고, 사이버 병원, 경찰 등이 이들과 전쟁을 치루고 있다. 각종 범죄와 불륜 이로 인한 가정파괴 등이 일어나고 있다.

 

성경 창세기에는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께 대한 반역과 도전의 탑이었다. 오늘날 또 하나의 바벨탑이 건설되고 있다. 이번에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건설되고 있는 사이버바벨(Cyber-Babel)이다. 어떤 과학자는 인간은 이 가상 현실에서 소원을 이루게 될 것이며, 따라서 신()은 필요없게 될 것이라고 성급히 공언했다. 가상 현실이 인간의 구주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교만이 하늘에 닿을 때 하나님은 인생들의 쌓는 성과 대를 보시려고 강림”(11:5)하신다는 사실이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

시조, 200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