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완결은 4악장이 끝난 뒤 여전히 내려올 줄 모른 채 허공에 정지해 있는 지휘자의 손이 만들어낸 완벽한 침묵에 있다. 그 침묵을 누군가의 마음 급한 박수 소리가 깨버린다면 그날 연주는 그것으로 망친 셈이다. 얼마 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통해 들려준 말러 교향곡 6번도 마찬가지다. 청중의 침묵 속에서 시작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장장 90여 분 동안 거침없이 진행된 후 4악장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포디엄 위에서 동작을 멈춘 채 서 있는 그 몇 초 안 되는 침묵의 시간이야말로 교향곡을 완성하는 순간이다. 위대한 교향곡만큼 완벽한 침묵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 단 2초의 침묵이 90여 분의 교향곡 연주를 완결 짓는다. 그런 점에서 침묵은 음의 진정한 구현자요, 위대한 완성자다. 침묵을 모르면 결코 음을 알 수 없다.
-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