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원고는 필자가 노원구청 <웰다잉>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것입니다.
긍정의 힘
영국에서 최초로 여성 수상이 된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1925~2013)에게는 ‘철(鐵)의 여인’, ‘세계의 시장경제 역사를 바꾼 정치인’, ‘3번 총리직을 연임하며 영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총리’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녀의 생애를 그린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 2011)’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우리는 마음으로 보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마음으로 보지 못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조엘 오스틴, <긍정의 힘>)
1. 하나의 부정이 여러 긍정을 묻는다.
미국에서 네 명의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A라는 사람을 짧게 묘사한 글 몇 개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긍정적 표현과 부정적 표현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을 그들의 반응에 따라 부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본 그룹과, 둘 다 비슷하게 본 그룹과, 긍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본 그룹 등 세 부류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각의 그룹으로 하여금 A라는 사람의 인성을 평가하게 하였다.
부정적 표현을 더 많이 본 그룹이 A의 인성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긍정적 표현을 더 많이 본 그룹 역시 A의 인성을 나쁘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긍정적 표현이 많다 해도 부정적 평가가 섞여 있다면, 긍정적 평가가 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 표현의 글을 먼저 읽은 사람일수록 A의 인성을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뇌가 부정적인 생각에 더 빨리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뇌에는 편도체(amygdala)라는 것이 있는데, 대뇌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부위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에 대한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편도체는 기억과 감정을 결합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더 잘 저장한다. 그래서 사람이 은혜는 잊기 쉬워도, 원수는 잊기 어려운 것이다.
긍정-부정 비대칭 효과(positive-negative asymmetry effect)
사람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 이득보다 손실, 성취보다 실패, 칭찬보다 비난에 더 예민하고 강렬하게 반응한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잘 기억한다. 은혜는 잘 잊어도 원한은 잘 잊지 않는다. 또한 인간은 자신이든 타인이든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더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러한 현상을 긍정-부정 비대칭 효과(positive-negative asymmetry effect)라고 한다. 인간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공평하게 똑같이 받아들이기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편향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부정 편향성(negativity bias)을 지닌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바움에이스터(Roy Baumeister)는 인간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강력한 영향을 받는 16가지 현상을 지적하면서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하다(The bad is stronger than the good.)”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은 행복해지기보다 불행해지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불행은 부르지 않아도 잘 찾아오지만, 행복은 불러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은 찾아와도 금방 달아나지만, 불행은 한번 찾아오면 잘 떠나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기억에 점령당해 살면 결국 인생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2. 행복도 습관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돈은 아까워하면서도, 병을 고치기 위한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삶에서 부정적인 면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면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긍정적 측면을 더 크게 확장시키기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없애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최근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심리학자 대너(Deborah Danner)와 그의 동료들은 가톨릭 수녀 180명을 대상으로 젊은 시절의 긍정적 정서와 장수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수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같고, 유사한 생활을 하기 때문이었다.
연구 참가자 180명은 1930년(평균 22세)에 종신서원을 한 수녀들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자기소개서와 일기를 받아서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를 분리했다. 그들이 정리한 긍정적 정서는 성취, 즐거움, 만족, 감사, 행복, 희망, 흥미, 사랑, 안도감이었다. 이에 반해 부정적 정서는 분노, 경멸, 혐오, 무관심, 두려움, 슬픔, 수치였다.
그리고 그들이 노년기(75-95)에 이르렀을 때,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가 장수와 연관이 있는지 조사했다. 놀랍게도 긍정적 정서를 많이 가진 사람들은 85세까지 생존 비율이 90%였지만, 부정적 정서를 많이 가진 집단은 34%에 불과했다. 무려 2.5배 정도 차이다. 젊은 시절의 긍정적 정서가 60년 후의 수명을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우리의 말은 자신에게 하는 예언이다.”(조엘 오스틴, <긍정의 힘>)
우울과 불안의 부정적 정서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당연히 이 감정이 사라지면 행복과 기쁨 등 긍정적 정서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부정적 정서를 없앤다 해도 긍정적 정서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우울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을 뿐이지 행복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긍정심리학자들은 부정적 정서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긍정적 정서를 유지하고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세 개의 긍정이 하나의 부정을 이길 수 있다.”(셰인 로페즈, 갤럽(Gallup) 선임연구자, <인간의 강점 발견하기>)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행복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에 달려 있다.”(마티외 리카르, Matthieu Ricard,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
어떤 좋은 조건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 즉, 행복도 습관인 것이다. 근육도 자주 쓰면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하는 것처럼, 행복을 자주 표현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고, 불행을 자주 표현하는 사람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나의 삶 긍정하기
우선 긍정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상황에 있든지 나 자신과 지금의 삶을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마음에 기쁨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과거에 대해서는 그리움을 가질 수 있으며, 현재의 삶에서 잔잔한 기쁨을 누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입니다.
1) 나 자신을 사랑하기
나의 자화상(self-portrait)은 어떠한가?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못난 사람인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인가? 나는 70억 중 유일한 존재이다. 잘생겼든 못생겼든, 키가 크든 작든, 많이 배웠든 적게 배웠든,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젊든 많든 나 같은 존재는 이 땅에 다시 없다. 현대 인간이 가진 모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도, 들꽃 하나를 만들 수 없다. 생명이란 귀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자기 사랑의 시작이다.”(법륜스님)
2) 과거에 감사하고 용서하기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다. 다만 과거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바꿀 수 있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거를 후회하며 과거에 집착해 있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좋은 기억들을 되새기며 감사하라. 돌이켜보면 아픔도, 불행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감사할 일도 많다. 원망스러운 사람을 용서하라.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 사람, 그 사건을 용서하고 놔주지 않으면 그 사람, 그 사건이 나의 현재와 미래를 계속 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3) 현재의 삶을 즐기고 누리기
라틴어 시구(詩句)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을 살아라”(Seize the day)는 뜻이다. 살아 있는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지나간 과거에 매여 슬퍼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로 현재를 망치기에는 현재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내가 볼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 보라.
“현재가 바로 최고의 순간이다.”(조엘 오스틴, <긍정의 힘, 실천편>)
4) 미래에 대한 염려 떨치기
캐나다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의 <모르고 사는 즐거움>에 보면 우리가 하는 염려 중 40%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즉, 70%는 쓸데없는 염려라는 것이다. 그리고 22%는 사소한 일이고, 4%은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오직 4%만이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96%의 쓸데없는 염려 때문에, 공연히 근심하여 오늘의 평안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은 일어난 일 때문에 상처를 입기보다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 때문에 더 상처를 받는다.”(몽테뉴, 프랑스 철학자)
나중 일은 나중에 가서 해결하면 된다. 미리 앞당겨 염려할 필요는 없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맞서 낙관적인 생각으로 바꿔야 한다.
한 의대생이 졸업시험을 앞두고 여러 걱정에 빠져 있었다. 의사자격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합격을 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개업을 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온갖 걱정이 그를 괴롭혔다.
1871년 어느 봄날,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될 한 글귀를 대하게 된다.
“우리들의 중요한 임무는 먼 곳에 있는 막연한 것을 쫓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실행하는 일이다.”(토마스 카알라일)
이 글 덕분에 그는 걱정과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결국 당대의 가장 유명한 의사가 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존스 홉킨스 의대를 창설하고,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교수가 되었으며, 영국 국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 받고, 사후 1,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전기가 출간된 ‘윌리엄 오슬러 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