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영성
“사도들이 예수께 모여 자기들의 행한 것과 가르친 것을 낱낱이 고하니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막 6:30~31)
현대인의 특징 중 하나가 분주함입니다. 학생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청장년은 일터로 직장으로 분주히 뛰어다닙니다. 은퇴한 노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우스갯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대부분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다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는 근면성을 성공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 왔습니다. 생산 수단과 생산자원이 제한된 농경사회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은 근면성이었습니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도 성공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근면성입니다.
그러나 분주함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 불안, 초조, 스트레스, 우울증, 공황장애는 지나친 분주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영국 비즈니스심리학자인 토니 크랩은 <내 안의 침팬지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분주함이란…우리의 삶에 과부하를 거는 주범이다. …분주함은 우리의 일상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두름과 허둥댐이다. 분주함은 위급함이고, 주의 산만이고, 소모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본래 쉼이 필요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태초부터 안식일을 제정하시고 우리를 매주 안식으로 초청하십니다. 참된 안식은 단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세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주여, 당신께서는 나를 당신에게로 향하도록 만드셨나이다. 내 영혼은 당신 품에서 휴식을 취할 때까지 편안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잠깐 쉬라”는 초청은 하나님께로 이끄는 초청입니다. 영성신학자인 유진 피터슨은 “분주함은 헌신이 아닌 배신의 표시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적 생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분주함입니다. 분주함은 서두르게 하고, 서두름은 마음의 평화를 앗아 갈 뿐 아니라 하나님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합니다. 하루 중 분주한 일을 잠깐 멈추고 위를 바라보십시오. 하나님은 우리를 만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각자 개인적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말씀하시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다른 소리가 모두 잠잠해지고 고요한 가운데 하나님을 기다릴 때 영혼의 침묵 속에서 그분의 음성이 더욱 뚜렷해진다”(소망, 363).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