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영성
“예수께서 그 자라나신 곳 나사렛에 이르사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사 성경을 읽으려고 서시매”(눅 4:16)
서기 66년에 발발해 73년까지 계속된 제1차 유대-로마 전쟁에서 패배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뒤, 1,800년이 넘도록 나라를 잃고 세계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1897년 테오도르 헤르츨이 주창한 시오니즘 운동과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졌던 유태인들이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1,800년 동안이나 나라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대인들이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안식일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대 시온주의 사상가 아하드 하암은 “안식일을 지킨 것은 유대인이지만, 유대인들을 지켜 준 것은 안식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대인 생활의 지혜 따라잡기>에서는 “안식일이 어째서 유대인을 지켜 왔느냐 하면, 이날은 유대적인 하루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하루, 반드시 유대인의 세계로 돌아가는 일을 몇 천 년 동안이나 되풀이하는 동안에 유대인의 세계가 굳게 지켜져 왔던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도 지상에 계실 때,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셨습니다. 안식일은 우리가 철저히 하나님께로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안식일을 지킬 때, 그 안식일이 또한 우리의 신앙과 구원을 지켜 주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금요일 오전까지 업무 대부분을 마치고, 오후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 안식일을 준비합니다. 주부들은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한 후 안식일 음식을 준비합니다. 해가 지기 전에 안식일 촛불 두 개를 켜고 가족들이 식탁에 모입니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축복기도를 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찬미를 부릅니다. 그리고 ‘할라’라 하는 안식일 전용 빵을 먹으며 토라를 공부합니다. 이 안식일 저녁 식사는 유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가족 간 유대를 든든히 해 주고, 철저히 유대인으로 돌아가게 하는 시간입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회당에 다녀온 후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해가 질 무렵에는 새로운 주일을 맞는 의식으로 아버지가 촛불을 켭니다. 특히 안식일은 기쁜 잔칫날이기 때문에 절대 화를 내지 않고 긍정적인 말만 하고, 충만한 기쁨 가운데 보냅니다.
엘렌 G. 화잇은 말합니다. “안식일이 항상 신성하게 준수되어 왔다면, 무신론자나 우상 숭배자가 결코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부조, 336).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