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닮기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롬 8:29)
영국 성공회 사제인 존 스토트(John Robert Walmsley Stott, 1921~2011)는 2007년 7월 17일, 영국 케직 사경회(Keswick Convention)에서 마지막 공중설교를 했습니다. 신학자 마이클 크로마티가 “개신교계의 교황을 선출한다면 존 스토트 목사가 뽑힐 것”이라고 말했던 분입니다.
그는 마지막 설교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백성을 위해 어떤 목적을 지니고 계신가? 우리가 회심한 사람들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구원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을 받았다고 해 봅시다.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대답하기를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예수 닮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 닮음은 하나님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의지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기억절은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창 1:27) 창조하셨습니다. 타락으로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의 대부분을 잃어버렸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형상을 회복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는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도 요한은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나타나시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참모습 그대로 볼 것이기 때문”(요일 3:2)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구원받은 우리가 틀림없이 그리스도를 닮아 있을 것은 확실합니다.
영성(spirituality)이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의거해 살아야 할 준칙으로서의 가장 깊은 가치와 의미들"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신학적으로는 "신앙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앙심이란 ‘어떤 정신을 갖고 살아간다’ 또는 ‘누구의 정신을 갖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자기의 정신으로 내면화시켜서 소크라테스의 정신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스토아 철학자들은 스토아주의 영성이라고 부릅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은 불교의 영성이고, 코란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곧 이슬람의 영성입니다.
기독교 영성은 어떤 사람이나 이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것이고, 자신의 삶을 통해 예수님의 삶을 구현해 내는 것입니다. 신앙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갖는 것, 그래서 그분을 닮는 것, 이것이 영성훈련의 최종 목표입니다.
박성하 / 로뎀아카데미 원장